하루면 충분한 전자입력…열흘, 한 달씩? "서류 수령조차 안 해, 지연 노렸나"
답변 제출 기한 10일의 막바지까지…"당당하다면 대법 판단 받았어야"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대법원으로 간 의대증원 집행정지 재항고심 역시 각하가 유력하다. 그런데 정부 측이 재판 지연에 따른 각하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절차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를 30일로 예정한 상황에서, 21일 대법원으로 접수된 사건이 그 전에 판단이 나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피신청인인 정부 측은 열흘 가까이 지난 30일에야 대법원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다른 소송은 하루 만에도 처리했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에 접수된 의대증원 집행정지 사건을 살펴보면, 정부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신청한 사건과 전공의·의대생이 신청한 사건은 둘 다 접수로부터 1일 만에 소송수행자를 지정했다. 충북의대 등 13개 의대 학생들이 신청한 사건은 3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신청한 사건은 4일 걸렸다.
행정소송법 제8조와 민사소송법 제428조에 따라 답변서 제출 준비기간은 10일로 부여된다. 정부가 이 열흘의 막바지까지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의료계 측 신청인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소송에 필요한 자료들은 지난 3개월간 법원에 모두 냈기에 대법원의 빠른 판단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며 "전자소송에 사건과 소송수행자 입력만 하면 되는 일을, 정부는 그조차 안 하고 시간을 끌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입전형 발표가 끝난 상황에서는 법원이 사실상 의대증원을 집행정지하기 어렵다.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각하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이병철 변호사는 "사건이 법원에 접수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재항고장과 재항고 이유서를 전혀 송달받지 않아왔다"며 "정부가 정말 당당하다면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 제5조에 따라,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 재판부를 접수 이틀 만인 23일에 배당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의료계에서는 아쉬움과 더불어 정부가 일부러 서류를 송달받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는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3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각종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여기에도 정부가 의도적 지연을 노리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나온다. 해당 사건은 소장 제출 후 피고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자소송으로 소장 부본이 송달됐는데, 이를 수령하지 않아 24일에야 서류가 도달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