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일 지음/대한나래출판사 펴냄/2만 8000원
1839년 독일의 식물학자 마티아스 슐라이덴과 동물학자 테오도어 슈반은 동물과 식물은 모두 세포라는 동일한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는 세포설을 세상에 내놨다. 자연과학에는 20년 후 등장하는 다윈의 <종의 기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새겼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의 근원인 세포는 생명체의 실체에 다가서는 열쇠가 된다.
3년 전 역저 <생명>을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과 통찰을 나눴던 하영일 전 건양대의료원장(신경외과)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를 펴냈다.
이번엔 세포이야기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다."(에리히 프롬)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 못지 않게 과학적 탐색은 감춰진 수많은 사실에 이르게 한다. 저자가 세포에 천착한 이유다.
이 책은 ▲세포 이전 단계 ▲세포 단계 ▲세포 이후 단계 ▲순환의 세계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등 모두 5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에서는 생명체가 되기 이전 무생물 단계로서, 세포 구성물질이 무엇인지, 이 물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원자나 분자로 변해가는지, 생명의 출발선인 원시세포의 등장은 어떻게 이뤄지는 살핀다. 이를 통해 '생명의 기원'을 찾는 문을 두드린다.
2부에서는 원시세포의 적응과정을 다룬다. 생명의 탄생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세포가 어떻게 먹고 살아가며, 주위 환경을 변화시켜고, 이들이 서로 합쳐져서 진핵생물이라는 커다란 세포에 이르는 생생한 장면이 소개된다.
3부에서는 원시세포가 만들어낸 새로운 다세포의 출현을 다룬다. 원시 세포들이 서로 만나서 생겨난 진핵 생물(단세포)가 모여 다세포가 되면, 드디어 생물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크기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등장한 다세포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진화를 거치면서 1000만종 이상의 다양한 모습으로 지구를 점령하게 된다. 이들은 마침내 약 40조개 세포의 거대한 제국인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세포가 공생단계를 거쳐 진핵세포가 되고, 이들이 서로 모여 몸이 만들어졌으며, 뇌를 진화시켜 새로운 세상을 펼치는 모습이 담긴다. 또 몸이라는 형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순황의 세계로 빠져드는 과정도 함께 살핀다.
4부는 원점으로 돌아간 우리 몸이 다시 물질의 순환과 생사의 순환 속을 헤매는 물리학의 세계를 조명한다. 다세포 생명체가 새롭게 생물과 무생물의 순환고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고리속을 돌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5부는 삶에 대한 성찰과 질문이다. 지구상에서 우리가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를 어떤 배역을 맡아 어떻게 역할을 수행하고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바텐더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은 좋은 이론이라고 할 수 없다"(어니스트 러더퍼드/원자핵·양성자 발견)
"교육은 들통을 채우는 작업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작업이다."(프랜시스 콜린스/인간유전체프로젝트 완성)
저자가 쉽지 않은 내용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해답을 이들에게서 찾았다. 집필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본능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생물학에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전문용어나 과학적 명칭 사용을 줄이고, 필요한 경우 각주·미주 등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과학적 탐색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 삶에 대한 성찰을 되새긴다.
"절체절명의 단 한 번뿐인 이 무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순전히 자신들의 몫입니다."
이전 저서 <생명>이 총론이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는 각론의 시작이다. 세포이야기로 각론의 첫 발을 뗐다.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일까.
"거울 앞에 선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의 진면목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02-922-7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