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막 간 거리, 지질뗏목 정렬 조절 '핵심 스위치'…국제학술지 'JACS' 표지 장식
세포 융합, 바이러스 침투, 세포 간 신호 전달 관여…생명현상 원리·제어 전략 제시
몸 속 70%차지 '물' 작용 주요 역할 시사…다기능 생체센서 개발 공학적 토대 마련
'지질 뗏목'(Lipid Raft)은 세포막 간 융합, 신호 전달, 바이러스 침투 등 세포 기능과 질병 발병의 핵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연구진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질 뗏목의 정렬 원인과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세포막 간 상호작용 조절을 통한 새로운 질병 치료 접근법여 대해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최명철 KAIST 교수팀(바이오및뇌공학과)이 현창봉 고등과학원 교수팀, 이현휘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와 공동으로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지질 뗏목의 정렬 현상의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세포 융합, 바이러스 침투, 세포 간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 핵심 기전을 찾았다는 의미다.
세포막은 세포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얇고 유연한 막으로, 지질 이중층으로 구성돼 있다. 세포막에는 수많은 막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세포가 외부 환경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한다.
지질 뗏목은 세포막의 특정 영역으로서, 높은 유동성을 지닌 세포막의 다른 부분들과는 달리 매우 낮은 유동성을 가지며, 기능적으로 연관된 막단백질들을 안정된 뗏목 안으로 모아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세포막을 바다로, 막단백질을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망망대해에서 멀리 떨어져 헤엄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의사소통하기 어렵지만, 이들을 한 뗏목 위에 모두 태워 놓으면 서로 쉽게 대화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지질 뗏목 위에 존재하는 막단백질 중 많은 수가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 즉 두 세포막이 서로 생체신호를 주고받거나, 단백질을 통해 결합하거나, 두 막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의 작용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세포막 간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을 조절하는 핵심 요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세포막을 여러 겹 쌓아 놓은 구조의 지질 다중막을 재구성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이 때 지질 뗏목들은 단순히 정렬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지질 뗏목의 크기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된 구조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두 세포막 사이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과 크기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 분자층을 분석한 결과, 지질 뗏목들이 정렬된 상태가 정렬되지 않은 상태보다 불안정한 수소결합 층의 부피가 작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질 뗏목이 자연적으로 정렬되는 기전도 규명했다.
최명철 교수는 "지질 뗏목이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어떤 원리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논문은 세포막 간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 세포막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밝혀내어 생명 현상의 바탕이 되는 물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이정표적 연구"라면서 "특히 물 분자의 수소결합이 지질 뗏목의 정렬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우리 몸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이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무대에서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질 뗏목을 모사하는 구조는 현재 생체 센서 등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에 발견한 세포막 사이의 거리라는 스위치를 통해 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체 센서들이 개발될 수 있는 공학적 토대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KAIST 박사, 박지현 고등과학원 박사가 공동 제1 저자, 현창봉 고등과학원 교수, 최명철 KAIST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 5월 22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Water Hydrogen-Bond Mediated Layer by Layer Alignment of Lipid Rafts as a Precursor of Intermembrane Proces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