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누더기 덧대는 격…원칙 지켜야"
'수가 잘알' 심평원장 출신 국회의원, 왜곡 재생산 우려
'원칙 파괴' 정부의 환산지수 쪼개기 시도에 국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수가 구조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심평원장 출신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의 입을 통해서다.
김선민 의원은 10일 국회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정부의 의료행위별 환산지수 차등화, 일명 환산지수 쪼개기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원칙을 훼손하는 방식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거란 이유에서다.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는 수가를 구성하는 요소다.
상대가치점수는 의료행위에 드는 업무량·난도·자원 투입 등을 반영한 점수를 말한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 당 단가로, 이둘을 곱해 흔히 말하는 '수가'가 책정된다. 각 의료행위별 수가의 차등은 상대가치점수에서 정해진다는 얘기다.
환산지수의 '공평'과 상대가치점수의 '차등'은 그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수가를 책정하는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논란은 정부가 오랜 '원칙'을 깨려고 시도하면서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행위별 환산지수 인상률 차등 적용을 시도했다.
김선민 의원은 "행위별 차등화는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해 이뤄야 한다. 환산지수는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심평원장 시절, 각 의료행위별·진료과목별 공정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려 노력했지만 굉장히 어려웠다는 경험도 털어놨다. 다만 '어렵다'는 것이 원칙 훼손의 정당성이 될 순 없다는 판단이다.
김 의원은 "환산지수 쪼개기를 비유하자면, 누더기가 있는데 그것을 기우려고 또다른 누더기를 덧대는 것"이라면서 "원칙을 깨는 것은 또다른 왜곡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칙을 깰 경우) 세월이 지나고 나면, 왜 이렇게 됐는지 누구도 모르는 수가체계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수가에 그런 요소가 많은데 근원을 찾아보면 특정 과목 달래기나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수가를 신설하는 방식 등이었다.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환산지수 쪼개기 시도는 지난 5월 31일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 의원·병원 유형 협상 동시 결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하는 재정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의·병원 유형 모두 결렬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시작부터 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로 환산지수 쪼개기 '절대 불가'를 들었다. 원가 50% 수준의 수가체계에서, 정상화는 커녕 현행 수가 체제를 더욱 기형적으로 왜곡시키는 행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상대가치점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환산지수 차등화 비판에 함께 했다.
결렬 이후에도 정부는 환산지수 차등화 카드를 쥐고 있는 상태. 재정운영위원회도 수가협상 결과 확인 당시, 환산지수 차등을 부대의견으로 담은 만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가운데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이어, 국회에서도 환산지수 쪼개기 시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온 것이다.
김선민 의원은 "지금은 지불제도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1·2년은 아니겠지만 건강보험료 8% 상한선이 곧 넘어설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 지불제도 개혁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시작해도 모자르지 않는다"라면서 "다만 환산지수 쪼개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발표한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행위별 환산지수 인상률 차등안을 포함했다. 발표 당시 올해 안 적용 의지도 함께 밝혔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단은 의원과 병원 유형에 환산지수 차등 적용의 일환으로 각각 0.2%, 0.1%의 추가 인상률을 제시, 결국 의·병원 유형 '결렬'로 이어졌다.
의·병원 유형 환산지수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건정심에서 의결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연말까지 그 내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