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으로 의대 간 '학력 격차' 커진다

의대증원으로 의대 간 '학력 격차' 커진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6.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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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내년, 수도권-지방 의대간 학력 격차 심화 양상
충북의대·전남의대 지역인재 수능 최저 살펴보니?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의대 정원 1509명 증원 여파로, 의학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의대생간 학력 격차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력 격차에 대한 우려는 각 대학이 지난 5월 31일 내년도 의대 신입생 1509명 증원을 포함한 모집요강을 일제히 발표하면서 나왔다. 지방 의대 대부분이 의대생 정원을 대폭 늘린데다, 몇몇 의대 지역인재 수시모집 수능 최저 학력기준이 타 대학 대비 느슨하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최저 학력기준'은 대학에서 수시 합격자에게 요구하는 최저한의 수능등급. 학력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것으로, 보통 '수능 최저 등급'이라 불린다.

연세대학교 의예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연세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연세대학교 의예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연세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의대 정원이 증원되지 않은 연세대학교 의예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을 먼저 살펴보면, 국어와 수학(미적분, 기하 중 택1) 중 1과목을 포함해 1등급인 과목이 2개 이상이어야 한다. 국어·과학이 모두 1등급이거나 수학·과학이 모두 1등급이어야 한다는 것. 동시에 영어 3등급, 한국사 4등급 이내여야 한다.

'영어'는 수능에서 절대평가 채점 방식이기 때문에 타 과목 대비 등급 관리가 수월하다. 연세대는 영어나 한국사는 거의 보지 않고, 국어·과학 또는 수학·과학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셈이다.

수능 최저 등급과 관련, 학력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곳은 내년부터 큰 인원을 증원한 지방 의대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충북대학교와 전남대학교다.

충북대학교 의예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충북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충북대학교 의예과 수시 지역인재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충북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먼저 충북대가 지난 5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수시모집 요강을 보면, 2025학년도 의예과 신입생 정원은 126명(정원 외 1명 포함)이다. 기존 49명에서 무려 2.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중 수시 전형은 농어촌 전형인 정원 외 인원(1명)을 포함해 60명을 뽑는다. 지역인재 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중 하나로, 32명을 뽑는다. 일반교과 전형 대비 2배 더 많은 숫자다.

충북대의 일반교과 전형과 지역인재 전형은 충족해야 하는 '수능 최저 요건'도 다르다. 

일반교과 전형은 수학(미적분·기하)을 무조건 포함한 채로, 상위 3개 영역의 등급 합이 4등급이어야 한다.

지역인재의 경우, 수학(미적분·기하)을 무조건 포함한 채로 국어, 영어, 과학, 한국사 중 상위 3개 영역의 등급 합이 5등급 이내면 된다. 과학의 경우 두 과목 중 잘 본것 하나를 포함할 수 있다.

등급의 합이 더 큰 동시에 절대평가인 영어가 기준에 포함되면서, 학생 입장에서는 최저 기준을 맞추기가 더 수월해졌다.

<span class='searchWord'>전남대</span>학교 의예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span class='searchWord'>전남대</span>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전남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전남대학교의 경우, 수시로 121명을 선발하는데 학생부 교과 전형 106명 전원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 전남대는 전국에서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가장 높다. 기존에도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높았지만, 이번 의대 정원 확대로 지역전형 인원은 세자리수를 기록했다.

전남대는 의과대학 모집 개요에서 학생부 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국어·수학·영어·과학 중, 수학을 포함해 3과목의 합이 5등급 이내가 돼야 한다고 정했다. 충북대와 비슷한 수준인데 다른 점은 과학을 '평균절삭'한다는 점이다.

충북대의 경우, 과학 두 과목중 잘본 것 하나만 포함하면 되는데 전남대의 경우, 평균을 낸 뒤 '0.5'가 나올 경우 이 부분을 '절삭',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생물이 2등급, 지구과학이 1등급이 나온 경우 1.5등급이 되는데 0.5를 절삭해 1등급으로 처리해준다.

지방대라고 모두 같은 상황인 것은 아니다. 

한림대학교 의예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한림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한림대학교 의학과 수시전형 수능 최저 등급 [출처=한림대학교 2025년도 수시 입시요강 발췌] ⓒ의협신문

한림대의 경우, 수시 학생부종합으로 일반 전형 43명, 지역인재 22명(농어촌 전형 정원외 3명 포함 시 25명)을 선발한다. 한림의대 수시·정시 전체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21.2%로 적은 편에 속한다.

한림의대는 수시모집 수능최저기준으로 국어, 영어, 수학(미적분 또는 기하 지정), 과학 4개 영역중 3개 합이 4등급 이내여야 한다고 정했다. 

단서가 붙는데 영어를 반영할 경우 1등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과학탐구 2과목의 평균을 반영하지만 전남대의 경우처럼 소수점을 '절삭'해주지 않는다.

지역인재와 일반 전형간에 차이를 두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의대 증원의 여파로 인해 벌어질 학력 격차는 기존 의대생들과 내년부터 입학하게 될 의대생들, 의대정원이 그대로 유지된 수도권과 지방, 지방 중에서도 일반 전형과 지역인재 전형, 수능 최저기준이 비교적 높은 곳과 낮은 곳 간의 격차 등 계단식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5월 30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세부 내용에 따르면, 의학계열 비수도권 선발 인원은 총 3284명이다. 

이중 지역인재전형은 1913명으로, 작년 1025명에서 888명이 늘었다. 내년 비수도권 의대생 선발 인원 약 59.7%는 지역인재전형으로 뽑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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