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P의원 원장, 지난 19일 환자에 흉기로 상해
의정갈등 속 국민과 의사 신뢰 잃어…"정부 양보해야"
의사의 약 처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환자가 진료실에서 흉기를 휘두른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의사는 최근 의정 갈등 속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한 것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P의원 대표원장은 환자가 진료실에서 휘두른 칼에 어깨와 목 등 총 5차례 찔렸다. 과다 출혈 등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긴급 호송된 피해자는 응급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다. 흉기를 휘두른 환자는 의사의 약 처방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의협신문]은 20일 피해자 의사 A씨와 인터뷰를 진행, 사건 당일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19일 오전 11시 15분 A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진료실에서 20분 가량 한 노인 환자의 진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진료를 하던 중 또 다른 방문자가 진료실을 찾았고, A씨는 노인 환자의 보호자라고 생각했다.
보호자라고 생각한 방문자는 진료중인 환자 곁으로 와 가방에서 칼을 꺼내 A씨의 어깨를 강하게 찔렀다. 어깨를 4번 찌른 가해자는 다시한번 칼을 위에서 밑으로 내려 찍으며 앉아있는 A씨의 목을 노렸다.
A씨는 "제일 먼저 찔린 곳은 8cm 깊이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피하면서 어깨가 찔렸지, 목을 노린 듯 했다. 목 뒤도 베였다"며 "가해자는 지속적으로 '약으로 사람을 죽이나, 죽어라'라며 칼을 계속해서 휘둘렀다"고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병원 직원과 함께 가해자를 제압한 A씨는 경찰과 119 구급대원의 도움으로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동,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응급 수술을 받은 A씨는 의사라는 직업적 회의감과 건강을 돌보는 환자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충격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건 발생 후 잠을 1시간도 채 못잔 A씨는 가해자의 진료 차트를 가장 먼저 찾아봤다. A씨는 "2∼3번 진료를 본 환자였다"며 "다만 진료 과정 중 진료에 대해 혹은 처방 약에 대해 불만이 없었던 환자였다. 병원에서 운영 중인 CS 센터에서도 환자의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었다. 녹음 파일 등을 전부 경찰에 넘길 상태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를 마친 경찰은 물론 A씨 역시 환자의 갑작스런 행동은 전문가가 아닌 준전문가나 주변 사람 등 외부로부터 잘못된 의료 정보를 듣고 이뤄진 행동이라 판단했다.
A씨는 "최근 정부가 국민과 의사의 신뢰를 이간질시키는 식의 강경한 태도가 이번 사태에 충분히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말 한마디에 예민한 사람이 환자다. 현재의 K의료를 만든 것은 의사들의 노고와 희생이다. 의사를 믿지 못하는 순간 우리나라 의료는 붕괴되는 사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현 의료사태의 빠른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한 A씨는 "더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대립보다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은 A씨는 추후의 진료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씨는 "진료실에서 기본적으로 한명의 환자를 20∼30분을 본다.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선택했는데 환자에게 죽을 뻔 했다. 회의감이 든다"며 "병원 진료실 앞에 공항처럼 금속탐지기를 설치한다던지, 진료실에는 가방 등을 못들고 들어가게 하는 등의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병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