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비대위원장 "전공의가 모든 짐 짊어져, 재휴진 없단 약속 어려워"
"내년 교육 어떻게? 의대생 복귀 이미 늦었다…신뢰 주는 정책이 급선무"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지난 21일 무기한 휴진을 철회한 것을 두고 강희경 비대위원장이 철회 배경과 심정을 밝혔다. 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에게는 감히 돌아오라 할 수조차 없다며, 사태의 원인이 된 의료체계의 근본적 개선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2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긴급대담을 열었다.
이태진 보건대학원장이 서울대병원 휴진 철회를 상찬하는 말에,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의료계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희생하는 상황"이라며 "지속불가능한 의료의 문제점을 전공의들이 나보다 먼저 깨달아 나갔을 뿐"이라고 운을 뗐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휴진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사회의 큰 문제에 교수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휴진은 제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서울대병원이 닫혀있다는 소식 자체가 국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단 걸 휴진기간 동안 깨달았다. 정부를 향한 호소가 국민을 향한 칼끝이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신 휴진이 없을 거란 약속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가까운 1·2차 병의원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병원 교수들은 정말 순직할 것 같다. 너무 지쳐서 하루도 못 하겠다고 연락해오는 교수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은 업무 중단으로, 우리도 노동자로서 그 점은 마찬가지다. 의료가 무너지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을 거라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사직하고 떠났지만 교수는 떠나기 쉽지 않다고도 했다. 전공의는 떠나도 환자를 맡아 줄 교수들이 있었지만, 교수들은 담당 환자를 일일이 인계하고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기에 사직 준비에만 최소 반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은 파업을 한 게 아니라 사직서를 낸 건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이란 처음 들어보는 명령으로 범법자가 됐다"며 "우리는 그 명령을 취소시키지도 못하고 부당함조차 충분히 알리지 못했는데, 감히 돌아와 달라 말할 자격도 없다"고 자책했다.
의대생은 즉시 복귀하면 교육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너무 늦었다'며 딱잘라 말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이미 4개월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 당장 돌아와도 2학년에 맞는 역량을 갖추기엔 늦었다"며 "의학교육은 실습 위주로 이뤄지고 학사일정이 빡빡해 절대 불가능하다. 6월에 휴학한 학생도 9월에 휴학한 학생도 모두 똑같이 다음 해에 복학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전공의만이라도 돌아오려면 '제대로 된' 의정 간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외쳐도 정부에 닿지 않는다는 절망감에서 벗어나, 의료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출발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2020년 의정합의도 휴지조각이 됐지 않는가"라며 "대통령이 여러 개선과 지원을 약속해도 결국 그 재정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소통하며 개선에 나설 것임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길은 2025학년도 정원 재조정이라고 짚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충북대병원 등 정원이 대폭 는 곳은 서울대병원을 한 채 새로 지어야 가능하다. 제발 교육이 가능한 정원을 배정해줬으면 한다"고 개탄했다. 또 "비록 서울의대는 정원이 늘지 않았지만, 소아신장 등 세부분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부족하기에 원래도 전국 병원을 돌며 강의를 해 왔다"며 "나 역시 당장 현실적인 교육 걱정을 해야 하는 당사자"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를 향해 "의료정책은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이렇게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선 안 된다. 안전하게 천천히, 부작용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