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공공의대법' 당론 채택 후, 속속 발의
의료계 "역차별·위헌적" 비판…9·4 의당 합의 위반
의대 증원 진상규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정부에 맹공을 쏟아내던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의대 증원 '낙수 효과'에만 기대선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법안 취지인데, 의료계는 공공의대·지역의사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반발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13일 정책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던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먼저 나온 법안은 지역의사제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산자위)은 지난달 21일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김윤, 박희승, 이수진 의원 등을 포함한 20명이 함께했다.
의대·한의대·치대 입학생 중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사람은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원이 의원은 인구 1000명 당 활동 의사 수를 지역별로 계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별로 서울 3.2명, 광주 2.6명, 부산 2.4명 등 광역시는 평균치를 상회하지만 전남은 1.7명 등으로, 지방의사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통해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 등 지역에서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보건의료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보건복지위)이다. 박희승 의원은 지역의사제와 함께 당론으로 정했던 공공의대법을 2일 대표발의했다.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에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김윤·김남희 의원 등을 포함, 70여명의 의원이 발의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근거 마련이 중심으로, 공공·필수·지역의료 종사 의사의 양성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10년의 의무복무를 부여하는 내용과 지역인재 60% 이상 선발 등 지역의사제와 유사한 내용도 포함했다.
박희승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2000명이라는 숫자만 남았다. 공공·필수·지역의료 관련 인력의 증원을 담보할 수 없다"며 "윤 정부는 실체 없는 과학적 근거라는 주장으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대 증원을 '정책의 실패'로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을 꼽은 것이다.
의료계는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 실효성 외 부실교육 문제나 역차별·위헌적 요소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협은 지난 국회 회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도입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제대로 된 부속병원이 없는 공공의대는 의학교육의 현저한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은 2일 입장문에서 지역의사제법 의무복무 규정에 대한 위헌성과 형평성 문제를 짚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복무기간이 길어,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고, 여러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역의사제법에서 지역의사전형 학생과 일반 전형 학생이 일부 다른 과정을 겪는다는 점에 주목,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도 봤다. 의학이라는 방대한 학문을 4~6년의 기간 동안 밀도 있게 배우게 되기 때문에 교과과정의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의사제·공공의대법' 추진은 9·4 의-당 합의 위반이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대' 이슈는 2020년 의료 4대 악법 중 하나로 꼽히며 전국의사 총파업의 주 원인이 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의당합의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대해서는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의료계는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대를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당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약속을 받고, 진료실로 복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