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서 전문가들 정부 행태 맹비난
"역사적으로도 의사는 직업…정당히 일해서 생계유지 뭐가 잘못됐나"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진료개시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을 남발하고 있는 정부 행태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는 일련의 정부 움직임이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고 비판하며 "여전히 전근대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라며 현실을 한탄했다.
법조인인 허지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왜 전공의만, 의사들만 사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대한민국에서 직업을 가진 누구와 비교해 보더라도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꼬집었다.
4일 오후 의협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창립 22주년 기념 의료정책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행정명령을 남발하고 있는 정부 방식에 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권 교수는 "전시라든가 코로나 유행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는 진료 복귀 명령 등이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명령을 남발하는 것은 이 국가 모습이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사회봉사, 국가에 봉사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국민과 국가가 생각하고 있다"라며 "역사적으로 봐도 의사는 직업이고 의업은 직업이다. 정당히 일해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뭐가 잘못된 일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의사 집단에도 탄압의 역사가 있는데 가장 난폭하게 탄압받은 적이 프랑스 혁명, 러시아 소비에트 혁명, 중국 문화혁명 때다.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탄압을 당했고 그 결과는 심각한 의료 질 저하로 이어졌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권복규 교수는 "2020년 젊은의사 집단행동 당시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누구를 위한 법과 원칙이며, 이는 의사에게는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라며 "이는 국가 윤리적 전통 또는 가부장적 국가, 권력자 말에는 이의 없이 복종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등장했다. 이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에서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기 때문에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권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소수라면, 숫자로 밀리면 할 수가 없는 것인가"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이 의심스러운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전근대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라며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아직도 민주주의가 뭔지는 잘 모른다. 아직도 불투명하고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결정해도 권력자가 밀어붙여 다 되는 세상이라면 수많은 사람이 희생해서 얻은 민주주의 가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고 토로했다.
허지현 의협 법제이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문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프랑스대혁명 당시 의료는 공공재라고 했는데 현 사태의 전제는 의료가 당연히 공공재이고 의사도 공공재인가, 과연 공공재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의사의 권리는 다른 국민의 권리 보다 더 제한돼야 할 정당한 법적 근거가 있는가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광범위하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가. 제한할 수 있다면 그 한계는 어느 정도로 설정이 돼야 할까라는 점이다.
허 이사는 "현재 전공의들은 자신 직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심지어는 인턴을 2월 29일자로 종료한 다음 레지던트 합격했지만 들어가지 않겠다고 명백한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강제적으로 레지던트 절차로 가는 일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것조차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직업을 가진 누구와 비교해 보더라도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