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발표
학년제 전환…전면 원격수업, 야간·주말 수업도 가능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일찌감치 휴학 신청을 하고 학교를 떠난 의대생을 어떻게든 진급 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고 교육도 시간·방법에 구애 없이 전면 개방했다. 휴학 승인은 여전히 계획에 없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직접 발표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은 지난 2월 일제히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교육부는 대학 관계자 의견 수렴 및 사례 조사를 통해 대학들이 학교별 상황과 여건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및 사례 등이 들어간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은 휴학 승인은 없고, 유급도 막을 것이며, 어떻게든 학년을 올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고 수업 운영방식도 개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학기 수업 자체가 파행을 겪은 만큼 성적 처리 기한을 학년 말 까지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하는 조치 등을 통해 1학기 학습결손을 보완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학사 일정의 지속적인 변경 조정 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재시험(실습)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일부 과목에서 F등급을 받더라도 유급으로 한 학년도 전체를 재이수하지 않도록 2024학년도에 한해서는 유급 관련 한시적 특례조치를 마련해 적용해도 된다고 했다. 에를 들어 학기 성적 기준으로 학기말 유급 판단이 나오면 올해에 한 해 학년 말까지 재이수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업 운영방식도 개방했다. 교육과정, 교과목의 학습량 등을 고려해 야간·원격수업 및 주발 등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필요하면 전면 원격수업도 가능하다.
I(Incomplete) 학점 제도 도입도 허용키로 했다. 성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았을 때 해당 과목 성적을 미완(I)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 동안 미비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기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2학기를 3학기까지도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 올해 1학기 학사일정 차질 및 학습결손 보충을 위해 학년도 및 학기를 전공과 학년별로 다양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1학기 교과목 이수 기간을 연장해 원격 보충수업 등으로 2학기와 병행 운영하는 방안 ▲2024학년도 1학기를 연장해 보완 수업 기간을 확보하고, 2학기를 통상적인 일정보다 축소해 운영하는 방안 ▲2024학년도 하반기를 2개 학기로 나눠 총 3학기로 운영하되, 2학기를 1학기 학습결손 보충 목적으로 집중운영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교육부는 당장 현재 예과 1학년은 어떻게든 진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과 1학년도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증원된 신입생까지 더해진다면 8000명 이상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본 방향은 의예과 1학년이 일부 과목에서 F등급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고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식이다.
또 실습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감안해 2024학년도 2학기에 보충 운영하도록 하고 이마저도 어려우면 2025학년도 계절학기 등을 활용토록 했다. 더불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추가 실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1학기에도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실제로 실습을 하면서 국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고,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시험 연기는 곤란하다"라며 "추가시험을 치르는 부분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휴학승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최 실장은 "휴학승인에 대한 입장은 지금까지와 같다"라며 "우리가 볼 때는 집단적인,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절대 불허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나름의 최선을 다한 방책을 내놨다"라며 "그 방책을 계기로 전공의의 거취 부분이 조속히 또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그런 부분과 학생들의 복귀가 많이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등록금, 장학금, 학자금 등은 포괄적으로 걱정하지 않고 돌아올 수 있도록 나름 최선을 다해 마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