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공단 이사장 "실습생 너무 많으면 교육환경 차이"
강중구 심평원장 "기초교수 부족 걱정, 실습도 고민해야"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대규모 의대증원에 따른 의학교육 질 저하 가능성과 관련해,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소신을 밝혔다.
'적어도' 실습교육에 있어서는 문제가 발생할 공산이 크므로, 이에 대한 고민과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과 강 원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2000명 의대증원이 의학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의료계의 원로로서 소신을 밝혀달라"는 더불어민주당 김선민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두 기관장은 모두 의과대학 교수 출신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한림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강중구 원장은 차의과학대학·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교수를 지냈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중환자·응급환자·소아환자들의 진료를 위해 의사 숫자가 늘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면서도 "증원에 보태어 다면적인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본과 1·2학년 과목은 대개 강의식이기 때문에 숫자가 많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실습문제는 실습생이 너무 과다하게 되면 환경이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라며 에둘러 우려를 표했다.
이어 "아직 시간이 있다"며 "여러가지로 보완조치를 하면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맺었다.
강중구 원장은 기초의학교수의 부족과 실습교육 부실 가능성을 우려했다.
강 원장은 "해부학이나 조직학·병리학·약리학 이런 부분에 상당한 교육이 필요한데,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나 기초학 교수들이 부족해서 제일 많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외과를 했는데 집중적으로 많은, 거의 일대일 수준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앞서 두 기관장은 2000명 의대증원이 결정되기 이전인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유사한 질문을 받았었다.
대규모 의대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사로서의 소신을 밝혀달라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질문이었다.
당시 정기석 이사장은 "의사 정원이 확대된다 해도 필수의료로 낙수효과는 미미하고, 피부미용이 늘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원리에 따라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나가는 건보재정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강중구 심평원장도 "의대 정원보다도 의료인력이 필수의료로 가게 만드는 걸 주로 생각해 왔다.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의사가 나오는 데에는 10년쯤 걸린다"며 "현재 현장에 있는 인턴과 학생들이 필수의료로 오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기관장의 이 같은 답변에 신현영 의원은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의사 정원 확대가 아닌 필수의료 확대가 될 수 있도록, 두 수장께서 정부·대통령실과 적극적으로 논의해달라"고 당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