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사실 확인 거쳐 임신중절한 의료진 징계해야
"2019년 헌재 판결 이후 우리나라는 무법지대" 우려
'임신 36주 낙태' 브이로그 영상이 공개되자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의료진이 만삭 임신부를 상대로 임신중절수술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사회는 "임신 36주에 임신중절을 받은 여성에 대해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라며 "불법적이고 비윤리적 행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면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전문가 윤리 준수와 자율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최근 한 여성이 만삭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 36주에 임신중절수술, 일명 '낙태' 수술을 받는 브이로그 영상(비디오 블로그의 줄임말, 일상을 주제로 만든 영상)이 공개, 화제가 됐다.
현재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해당 여성은 살인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구체적 경위에 대해 조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의료계는 임신 36주 상태에서 임신중절수술을 감행한 의료진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영상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료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전문가평가단을 활용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 의사회 자체적으로 강력한 징계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유튜브를 이용한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거짓 사실로 국민을 호도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2019년부터 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하며 비윤리적, 불법적 의료진에 대해 자체 징계를 하고 있다. 약 5년 동안 72건의 자체 징계가 이뤄졌다.
앞서 의료윤리연구회도 성명서를 통해 "태아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가 우리사회 어딘가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라며 입법 공백 현실을 지적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헌재가 권고한 시점에서 4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대안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우리나라는 비윤리적인 낙태 행위에 대해 어떤 법적 제제도 불가능한 무법지대로 방치됐다"라며 "개선 입법 기한을 3년 이상 넘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회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경시 풍조가 극단으로 치닫는 혼란한 상황에 대해 의료계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라며 "의료 전문가는 낙태 행위와 관련해 무거운 책임을 가진 당사자로서 책임을 함께해야 한다. 비윤리적 일탈을 막기 위한 의료계의 자율 규제도 우리 사회가 의료계에 절실히 바라는 책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