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20명 떠난 강원대병원 "미래 강원 의료 책임질 제자 지키겠다"
"49석 비행기에 200명 태우라고 따를 수 있나…지금이라도 되돌려야"
정부가 각 수련병원을 압박하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강행함에 따라 교수들 역시 반발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강원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지역은 달라도 붕괴하는 의료 현장을 우려하며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촉구했다.
강원대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도 묵묵히 지역의료를 지키던 동료 교수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속속 강원도를 떠나고 있다"며 "당장 강원도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없고, 설령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온대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비관했다.
강원대병원은 의료사태 이후 교수 20명이 사직해 이미 떠났고, 당장 다음 달에도 교수 3명의 사직이 예정됐다는 전언이다. 경상대병원과 강원대병원을 떠난 필수의료 전공의들도 수도권으로 이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원의대 교수 비대위는 정부를 향해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근거 없는 2025년 의대 증원을 즉시 취소할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며 "서울 대형병원 위주 대책을 멈추고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지방의료를 살리는 정책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6일 의료정책 대토론회와 31일 세미나를 예고하며 "우리를 이어 강원도 의료를 책임질 학생과 전공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외치는 것을 부끄러워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같은 날 삼성서울병원을 산하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의대정원과 필수·지역의료 정책이 잘못 시행된다면 의료 질 저하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들의 몫"이라며 "정원이 49명인 여객기에 200명을 태운 채 이륙 명령이 내려진다고 그대로 따를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정원이 49명인 의대를 한번에 200명으로 늘리겠다는 소식을 들은 외국 의사들의 경악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개탄한 비대위는 "OECD 최고 수준의 의료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의 존립조차 풍전등화인 지경인데, 당장 내년도 전문의와 신규의사 배출도 극소수에 그치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8월이 돼 대입 수시접수가 시작되면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2025년도 의대증원 등 일방적인 정책들을 2월 6일 이전으로 되돌리고 의정 간 논의와 합의를 시작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묘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