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쇄반복 변이 식별 기법 도입…원인불명 백질뇌병증 10명 중 1∼2명 추정 진단
NOTCH2NLC 유전자 단연쇄반복 65회 이상 시 진단…미진단 환자 6명 질병 추정
서울대병원·고려대, 한국 바이오뱅크 코호트 3887명 분석…[Neurology Genetics] 발표
국내 연구진이 원인 불명인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전자변이를 식별하는 최신 분석기법을 구축, 10년 동안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19세 청소년 환자의 병명을 찾아냈다. 이를 토대로 대규모 한국인 희귀질환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6명의 원인불명 백질뇌병증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명을 부여하게 됐다.
채종희·문장섭·이승복 교수(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와 최정민 고려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9∼2023년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환자와 한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재된 대규모 유전체 정보를 분석,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을 진단해 낸 연구결과를 [Neurology Genetics]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은 신경세포 핵 안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되는 희귀 신경퇴행성장애. 발병 원인은 NOTCH2NLC 유전자에서 GGC 염기서열이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연쇄반복 변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성인기에 발병하며 백질뇌병증·진행성 인지기능 장애·실조증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기존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은 유전체를 짧은 단위로 나눠 분석하는 쇼트리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연쇄반복 패턴을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의심 소견이 나타나더라도 정확한 유전자 진단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팀은 단연쇄반복 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유전체를 긴 단위로 분석하는 롱리드 방법을 도입, 최신 시퀀싱 기법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원인불명 백질뇌병증 환자 90명 중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영상 소견이 있는 환자의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16명(17.8%)에서 단연쇄반복 변이가 확인됐다. 원인불명 백질뇌병증 환자 10명 중 1∼2명은 희귀질환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동아시아인에서 신경세폭핵내봉입체병이 빈번하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한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서 구축한 국내 희귀질환자와 가족 3887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했다. NOTCH2NLC 유전자의 GGC 염기서열 반복 횟수 분포를 확인하고, 이 염기서열이 '65회 이상' 반복될 때부터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으로 추정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결과, 한국 바이오뱅크에 등재된 미진단 신경퇴행 환자 6명을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으로 추정했다.
채종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희귀질환 진단 연구에 있어 대규모 데이터에 입각한 유전체 분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구축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초석 삼아 향후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확장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구축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