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운영하는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봉합술을?
수술 후 소염진통제·항생제 사용에 "강박적 사고" 주장도
섬수약침액 마취 후 '표피낭종 제거'…CO2 레이저·초음파 활용
한의사가 의사와 협진 없이 표피낭종 제거술을 진행하고, CO2 레이저로 무릎 관절 이하 결절종을 제거하는 등 마취·수술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뷰에는 국립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창상 관리와 봉합술을 교육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해당 대학원과 한의사에 내용증명을 발송, 사실여부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논란의 인터뷰 주인공은 S한의사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난 1일 한의사 전문 인터뷰 웹진을 통해 '선구자의 길을 걸어온 수술하는 한의사'로 소개됐다.
그는 "절개와 절제가 필요한 모든 질환에 한의수술을 권한다"며 "한의사의 수술은 양의사의 수술과 다르지 않다. 한의학과 양의학이 모든 부분에서 달라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 수술을 진행하면서 "마취제·항생제를 의사와 협진을 통해 해결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마취제는 섬수약침액의 bufalin 성분이 약간의 마취 효과를 보이고 있고, 항생제는 연교패독산·은교산 등 청열약과 발산풍열약 계열이 충분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가 직접 환자에 행했다는 수술 케이스다. S한의사는 bufalin 성분의 섬수약침액으로 마취를 한 뒤 표피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 해당 케이스를 논문으로 남겼다.
섬수약침액 마취 후 CO2 레이저를 이용한 무릎관절 이하 '결절종' 제거 수술의 경우, 학회지 등을 통해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과정에서 결절종의 크기·위치를 '초음파'로 확인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S한의사는 수술 후 소염진통제나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강박적 사고"라며 한의사도 감염에 대처할 수 있는 약물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창상관리와 봉합술을 교육 중이며 검증되지 않은 연고를 직접 만들어 환자에 사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S한의사는 "타 한의과대학의 외과교육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면서 "창상 관리와 봉합술을 교육 중이다. 임상실습 시 외과 시술이나 수술을 직접 참관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외용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한의 의료기관에 다양한 외용제를 공급하는 제약사가 없다. 한의사가 직접 만들고 있다"며 올리브유·밀랍 등을 넣어 만드는 외용제 제조법을 밝혔다.
S한의사가 발언한 대부분의 내용은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고 자칫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그는 "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한의사가 할 수 없는 의료행위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현행 제도권에서 관리 중인 의료행위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 현장에서 특정 행위를 하기 위해선 국가로부터 '의료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 한방 행위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는 정부가 비급여 혹은 급여로 승인을 내려야 정상적으로 진료비를 받고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S한의사는 이러한 의료행위 등재 제도를 무시하면서 "한의사도 다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해당 사례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 23일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장과 S교수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소송 등 조치에 나서기 전 사실 확인에 착수한 것이다.
한특위는 내용증명에서 △외용제를 만드는 제약사가 없다는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외용제를 환자에게 사용하는지 여부 △마취제는 섬수약침액의 bufalin성분만을 이용하고 있으며, 항생제는 연교패독산·은교산 등 청열약·발산풍열약 계열만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 △'한방사도 수술(수혈,전신마취 포함)을 할 수 있는 의료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아직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한특위 관계자는 "국가가 운영 중인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차원에서 일어나는 위법 행위인지, 한 명의 일탈인 지, 또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