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배양 대신 합성나노입자 활용, 2∼3일→13시간 내 완료
패혈증 예후 향상·새 표준 제시…서울대병원·서울대 연구팀 [Nature] 발표
촌각을 다투는 치명적 질환인 패혈증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대병원·서울대 공동연구팀이 혈액배양이 필요 없는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기술 임상시험 연구결과(Blood culture-free ultra-rapid antimicrobial susceptibility testing)를 '네이처(Nature, IF;50.5)'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박완범(감염내과)·김택수(진단검사의학과)·김인호(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서울대 권성훈(전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uRAST)' 기술과 ㈜퀀타매트릭스가 개발한 신속 검사 기술을 활용, 기존 2∼3일 걸리는 기존 항균제 감수성 검사 시간을 13시간 이내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으로 발열·빠른 맥박·호흡수 증가·백혈구 수 증가 또는 감소 등 전신에 걸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다.
사망률이 시간마다 약 9%씩 증가, 10명 중 2∼5명이 사망에 이른다. 패혈증 치료를 위해서는 병원균에 적합한 항균제를 찾아내 신속히 투여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항균제 감수성 검사시간이 길어 사망률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위해서는 먼저 36∼48시간 동안 '사전 배양(혈액 배양+순수 배양)'을 통해 충분한 수의 병원균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24∼36시간 동안 '병원균 동정 및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병원균의 종류를 파악한 뒤 효과적인 항균제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사전 배양 초기 단계인 '혈액 배양' 시 병원균 성장 속도에 따라 최소 1일부터 최대 7일까지 걸린다는 점이다. 의학계에서는 패혈증 예후 개선을 위해 사전 배양 단계를 단축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적 도전과제였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uRAST'는 혈액 배양 단계를 생략하는 대신, 합성나노입자를 활용해 혈액 속에서 병원균을 직접 분리하는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 기술'.
공동연구팀은 "선천 면역물질로 코팅돼 있는 합성나노입자는 병원균의 공통된 분자구조를 인식하고, 광범위한 종류의 병원균에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면서 "자석을 이용해 합성나노입자만 걸러내면 60분 이내로 혈액 속에 있는 대부분의 병원균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6시간 신속 배양을 통해 감수성 검사에 필요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어 최소 36시간 걸리던 사전 배양 시간을 단축해 신속하게 후속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배양 시간 단축 과정을 설명했다.
공동연구팀은 추가적으로 배양 이후 진행하는 병원균 동정 및 항균제 감수성 검사 과정에서 ㈜퀀타매트릭스가 개발한 신속 병원균 동정(QmapID)과 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dRAST)를 도입, 소요시간을 24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했다.
패혈증 감염 의심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uRAST는 10mL의 전혈만으로 모든 검사를 '13시간 이내' 완료, 기존 장비 대비 검사 시간을 약 48시간 단축했다.
표준 검사법과 비교 시 uRAST는 병원균 동정 단계에서 100% 일치하는 수준으로 균 식별이 가능했다. 감수성 검사의 '범주적 정확도(Categorical Agreement, CA)'는 FDA 기준을 충족하는 94.9%로 나타났다.
공동연구팀은 "uRAST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입증된 가장 빠른 속도의 항균제 감수성 검사 기술"이라며 "신속할 뿐 아니라 표준 방법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박완범 교수(감염내과)는 "항균제 감수성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최적 항균제를 적기에 투여받지 못해 안타깝게 사망하는 환자들이 종종 발생한다"며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가 가능한 uRAST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나아가 패혈증 치료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택수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채혈 후 빠른 시간 안에 필요한 모든 진단 검사 과정을 통합한 uRAST 기술은 패혈증 진단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라며 "uRAST가 신속하게 병원균의 종류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항균제를 찾는 신의료기술로 활용되어 패혈증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