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조력·관여, 의사윤리지침·전문직업윤리 위반...즉각 폐기" 촉구
안규백 의원 법안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돌봄 시스템 마련해야"
의료윤리연구회가 의사조력자살 및 안락사를 허용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의료윤리를 훼손하고, 국민의 존엄한 삶을 위협한다"며 24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환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호소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행정부 공무원이 참여하는 조력자살심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담당의사의 조력으로 자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의사가 환자의 자살을 방조하거나 관여하는 것은 의사윤리지침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면서 "의사가 담당하던 환자에게 자살약을 처방하고 주입하는 행위는 치료자라는 의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한 뒤 "의사의 전문직 윤리를 무너뜨리는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안락사 등 금지'를 규정한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 제36조(①의사는 감내할 수 없고 치료와 조절이 불가능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사망을 목적으로 물질을 투여하는 등 인위적,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연적인 경과보다 앞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②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에서는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PAS)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고통이 있다고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한 의료윤리연구회는 "과도한 간병비로 가족에게 짐이 될 것 같은 두려움과 존엄한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될 것 같은 걱정이 조력자살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으로 몰아간다는 것을 명심하라"면서 "국회의원은 먼저 존엄한 돌봄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확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조력자살이 자기결정권을 증진한다는 거짓 주장을 당장 그쳐야 한다"면서 "자기결정권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실행하는 자살은 가족과 주위 사람 모두 큰 상처와 피해를 주는 비윤리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삶의 자기결정권은 있어도 죽음에는 자기결정권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조력자살법이 마련되면 아파서 차라리 죽고싶다는 호소를 환자의 자기결정권으로 오해하여 의사가 환자를 죽음의 길로 유도하는 비극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거짓 주장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사는 환자가 죽는 날까지 고통을 돌보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라는 점도 짚었다.
"의사를 조력자살 도구로 삼으려는 법안의 시도는 결코 고통 중의 환자를 위한 것도,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돕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힌 의료윤리연구회는 "국민에게 생명 경시 현상을 불러오고 의사의 전문직업윤리를 훼손하는 조력자살 입법을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조력자살은 절대로 생명의 존엄함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인생 말기의 존엄한 돌봄을 위한 시스템과 마련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