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건복지부 환산지수 쪼개기 강행에 행정소송 예고
"정부, 명백한 거짓말로 국민 속이고 선동하고 있다" 맹비난
정부가 동일 유형 내 환산지수 차등 적용, 일명 '환산지수 쪼개기'를 강행하자 의료계는 내과계와 외과계 의원 분열과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과계 보상 방안을 내놓겠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지난해 외과계 개원가의 유일한 지원책이었던 '수술 전후 관리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을 중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환산지수 차등화 결정이 무효라는 행정소송도 예고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수가협상 과정에서부터 의협과 병협은 현장 혼란이 가속화되고, 의료가 왜곡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음에도 정부는 의료계 이야기 듣지 않았다"라며 "23년 만에 수가 결정 구조를 개편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의대정원 증원을 27년 만에 해냈다랑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명백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선동하고 있다"라며 "지역·필수의료 확충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의도로 오로지 23년 만에 우리가 해냈다는 오로지 그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병·의원 환산지수를 분리 적용하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수가협상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치인 1.9%만큼 재정을 투입하되, 이를 쪼개 일부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의원 전체에 뿌리고 일부는 초진·재진료 인상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의원급 환산지수를 0.5% 일괄 인상하고, 나머지 1.4%분의 재정은 초·재진료 인상에 투입한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초진료와 재진료를 각각 4%씩 인상했을 때와 비슷한 규모의 재정이다. 상대적으로 진찰료 비중이 적은 외과계 의원에 대해서는 조속히 수가 개선방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더했다.
최안나 이사는 "환산지수 인상재원의 진찰료 쏠림으로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 피해가 가중될 것이고 이는 오히려 필수의료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외과계 할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외과계 개원가의 유일한 지원책이라고 볼 수 있었던 상담수가 시범사업을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종료, 외과계 지원과는 반대 행보를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외과계 개원가는 시범사업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보상 방안을 마련할 일이지 제도를 중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반발했다.
최 이사는 "수술 전 교육상담 시범사업을 종료하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외과계를 활성화시킬 것인지 명시적으로 내놓으라고 했지만 두 번이나 (외과계 활성화를) 약속했으니 이제는 믿어도 되지 않겠냐는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말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작년 12월부터 시범사업은 끝났고 이미 7개월이나 지났고 환산지수까지 조정하는 마당에 어떤 대책이라도 꺼냈어야 한다"라며 "수술 처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을 부대의견으로 받았음에도 수술하는 과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왜곡을 일으켰으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조속한 시일안에 마련하겠다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건정심 결정 무효 위한 법적 대응 검토 돌입
최 이사는 동시에 이번 건정심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환산지수를 차등화한다는 안건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건정심 결정 무효 처분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의 법적 근거 측면, 안건 자체의 위법성 측면, 건정심의 불합리한 결정 구조 측면, 실제 피해 당사자 발생 측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법적 대응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국민건강보험법 45조 1항은 '요양급여비용은 건보공단과 의약계의 계약을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시행령 21조 1항에 따르면 각 항목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의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를 정하는 게 계약의 내용이다.
최 이사는 "각 항목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의 점수당 단가라는 문구는 모든 항목의 점수당 단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환산지수 균일 적용이 타당하다"라며 "차등 적용 여지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상대가치와 수가협상 제도를 도입 설계할 당시 모든 항목의 점수에 동일한 환산지수를 적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한 것이고 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전제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과 예측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라며 "이제 와서 동일한 환산지수 적용이 아닌 유형별로 차등해 적용한다는 것은 행정제도의 안정성,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도 변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전문과목 불균형 심화, 특정 과목 의료기관의 경영상황 악화, 의료시장 생태계 변화 등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라며 "이처럼 공익에 위배되는 안건 자체의 위법상에 따른 원인무효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