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5개 병원 신청, 62개 병원에 한달치 총 3600억원 우선 지원
세브란스·아산·고대·충북대 등, 무기한 휴진 선언 이유로 '지급 보류'
정부가 집단휴진을 선언한 수련병원들에는 건강보험 선지급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해당병원 교수들이 휴진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방한 것이, 필수의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선지급 요건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고대의료원·충북대병원 등 9개 병원에 대한 급여 선지급이 보류된 상태인데, 정부는 "언제든 (휴진선언을) 철회하면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62개 수련병원에 최근 한달치 선지급금인 3600억원이 지원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전공의 이탈사태로 경영 상황이 악화된 수련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급여 선지급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급여비 감소 등 손실이 발생한 수련병원에 전년 동월 대비 30%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해 자금 회전을 돕고, 추후 그 비용을 급여 청구액에서 상계하는 방식이다.
전국에서 105개 병원이 급여 선지급을 신청했는데, 심사결과 71개 병원에서 실제 급여 감소 등이 확인돼 선지급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정부는 이 가운데 9개 병원에 대해서는 비용 지급을 보류했다.
선지급 대상이 되려면 필수의료 유지 등의 자료를 증빙해야 하는데, 이들 병원의 경우 소속 의사들이 집단 휴진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방해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고대의료원·충북대병원이 해당 사유로 건강보험 선지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던 서울대병원은 지급 결정 직전, 휴진 선언을 철회해 선지급금을 지원받았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논의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무기한 휴진은 국민을 향한 겁박이다' '병원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이와 별개로 병원들은 정상진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득했으나,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지급을 보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병원의 경우 무기한 휴진 선언이 철회되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이 국장은 "언제든 (휴진 선언을) 철회하면 (선지급금을) 바로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수련병원 선지급금 외에 매달 1880억원 가량을 이른바 비상진료 유지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2월 비상진료 상황 선언 이후 현재까지 이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만 1조원에 달한다.
사태 장기화로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 정부는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중규 국장은 "현재의 지원책은 손실보상의 개념이 아니"라며 "대형병원 진료량 감소로 전체적인 재정 지출이 줄어든 상황이고, 비상진료 등 지원금은 이를 상회하지 않는다. 진료비 분석을 조금 더 해봐야겠지만 그렇게 재정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필수의료 지원에 '10조원+α'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국장은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안다"면서도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맞춰 재정 추계를 진행한 결과, 10조원+α를 쓰고도 환산지수와 보험료율 조정을 통해 5년 뒤인 2028년에도 누적수지가 현재와 유사한 28조원 정도로 정리되는 것으로 나왔다. 재정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