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필요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평위 거쳐 별도 수련기준 제정' 명시
각종 행정명령 근거 의료법 59조 그대로 차용, 수련도 정부 맘대로? '우려'
'보건의료 정책적 필요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수련 및 전문의 자격 인정 등에 대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별도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수련규정 개정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가을턴 특례 인정을 위해 제반규정을 마련했다는 설명인데, 그 내용이 각종 행정명령의 근거가 됐던 보건복지부 장관 지도·명령권 조항과 그대로 닮아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및 동 규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수련 및 전문의 자격인정 등에 관한 특례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련 및 전문의 자격 인정 등에 대해 수평위 심의를 거쳐 별도 기준을 정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복지부 장관이 수평위 심의를 거쳐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수련 규정은 ▲수련기간(규정 제4조) ▲수련과정(5조)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 장의 권한(11조) ▲전문의 자격의 인정(18조) 등에 관한 사항 전반이다.
수련기간 산정 및 수련과정 이수에 대한 판단,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요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동 규정 시행규칙에 정한 △수련기간의 변경(시행규칙 4조)△수련연도의 변경(5조) △전공의의 임용(8조) △수련상황의 감독(9조) △수료증의 발급(10조) △전문의 자격시험(11조)△시험의 시행(12조) △자격인정(16조) 등에 관한 사항도 필요시 복지부 장관이 수평위를 거쳐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공의 임용시험의 방법, 합격자의 선발 등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
9월 턴 수련 특례를 공언해왔던 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에 관해 특례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수련 규정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의료계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의료계에 내려졌던 각종 행정명령의 근거가 됐던 의료법 59조와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수행을 위한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법 제59조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금번 의료사태 때 해당 조항을 근거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등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개원가와 전공의들에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명령 등을 잇달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그 때마다 이번 의료사태가 법에 정한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수련병원 관계자는 "수평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고 하나, 수평위 위원 구성 및 운영이 정부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논의와 의사 결정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정부의 결정 사항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런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또한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수평위의 편향성을 직격하고, 그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재의 수평위는 정부와 병원의 입장을 대변할 뿐 전공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0월 수도권·비수도권 5:5 전공의 정원 배정 당시 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교수와 전공의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졸속 행정을 극력히 반대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수평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평위는 입법 취지에 맞게 전공의를 보호하고 근로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와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