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기과 지원 가능성 있지만, 대다수 '미복귀' 분위기
병원 재취업·병역 등 사유로 인턴 복귀율 더 떨어지는 전망도
한 자릿수 지원, 병원 내에서도 "새로운 전공의 뽑지 말자"
전국 166개 수련병원의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7월 31일)을 앞두고 전공의 지원율에 이목이 집중된다. 모집 정원은 7707명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소재 수련병원 간 지원율 격차, 필수과와 인기과 간 지원율 격차, 각 수련병원별 인턴 모집률 등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모집 마감은 31일 오후 5시까지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레지던트와 인턴들의 병원 복귀가 미비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날까지 기다려봐야겠지만, 29일을 기준으로 병원 전체 과를 통틀어 한 자리수의 전공의 지원이 있었다"며 "그나마도 뽑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과에서 전공의 모집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방 수련병원 교수들의 '한숨'…"수도권 쏠림 자명"
현재 의료계가 전공의들의 병원 지원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하는 가운데 통상 전공의 모집 마지막날 전공의들의 지원이 몰리는만큼 지원율은 일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한해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9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따른 수도권 전공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의학회는 "각 병원의 입장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하반기 지원을 급작스럽게 결정하면 전공의 뿐 아니라 병원에서도 선발과정에서 실제적인 혼란과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방 전공의가 서울 대형병원으로 이동 지원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지방 필수의료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방 소재 수련병원 현장에서도 이번 전공의 모집을 두고 지방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충청권 대학병원 보직자는 이번 전공의 모집을 두고 "수도권 쏠림과 저출산 원인은 고치지 않고 외국인을 왕창 이민시키자는 것과 같다"고 평가하며 "지방은 다 망했다"고 극단적으로 진단했다.
경상도 한 종합병원 전문의 역시 "수도권 쏠림이 여전할 것"이라며 "정부는 근본적 문제에 접근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되나?…지원하더라도 인기과에
전공의들의 지원하더라도 필수과와 비필수과, 인기과로 지원율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민·형사상 처벌로 이어지는 판례가 나오면서 비교적 위험도가 높은 필수과 지원에 대한 기피과 현상이 심화 됐기 때문.
실제 대학병원에서 필수과를 수련하다 사직한 전공의는 지난 26일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진행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 집회에서 병원 사직의 이유로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처벌을 꼽았다.
A씨는 "한명의 의사로서 환자를 접하더라도 그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사망 가능성이든 위험한 요소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보호를 먼저 하고 환자를 진료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런 방어적인 태세를 지니게 한 현실적인 상황들이 개인적으로 너무 화가 난다. 이러한 이유로 의업을 중단하고 중단할 수 밖에 없어서 너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의대교수들도 전공의들이 하반기에 지원하더라도 법적 리스크가 큰 필수과 보다 비필수·인기과에 지원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국 의대 교수 3039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60.9%가 '모든 과의 복귀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으며, 33.9%는 '비필수·인기과 위주로 일부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턴 복귀율도 관건…의료계 "인턴 대다수 이미 병원 재취업"
9월 전공의 모집에서 레지던트 복귀율보다 인턴 복귀율이 더 떨어지면서 수련병원의 의료공백은 내년에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9월 166개 수련병원에서 총 2557명의 인턴을 모집한다.
다만,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인턴의 경우 대다수 재취업을 했거나, 의무병 혹은 현역병으로 입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턴들이 레지던트와 달리 타병원에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공식 면허가 나오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해당 년도에 의사 국가고시를 친 사람들은 통상 의사 면허가 나오기 전 수련받고 싶은 병원에 인턴 지원서를 접수, 합격 통보를 받는다.
2월 말 병원을 떠난 인턴들의 경우 공식 면허가 나오기 전 병원을 떠났고 이후 의사 면허가 나왔기에 타병원으로의 재취업이 가능할 수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보다 인턴들의 복귀율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병원을 떠나기 전 인턴들은 의사면허가 병원에 걸리기 전이었다. 이에 대다수의 인턴들은 타 병원으로 재취업을 했거나 군대로 많이 빠졌다"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