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 긁어도 1%, 전공의 모집 빈손 마감 "정부만 몰랐다"

박박 긁어도 1%, 전공의 모집 빈손 마감 "정부만 몰랐다"

  • 의협신문 공동취재팀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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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하반기 전공의 모집 현황 조사
5847명 빈자리 50명도 안왔다...서울아산병원도 0명
의협 “땜질식 대책 예고된 실패...전공의 요구 수용 유일한 길”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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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유례없던 대규모 가을턴 모집이 결국 빈손으로 마감됐다.

지원자를 한명이라도 받은 병원들이 손에 꼽힐 정도. 빅5병원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 서울아산병원 마저도 지원자 0명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 100여개 수련병원은 31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무리했다.

[의협신문]이 31일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모집현황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성공한 병원은 전국 10여곳, 그 규모는 모두 합쳐도 50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47개 상급종합병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총원이 584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원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기대했던 회심의 쌍끌이 전략마저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7645명 '빈자리' 만든 정부,  전공의 "복귀없다"

지난 2월 사상 초유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통해 전공의들을 묶어뒀던 정부는, 내년도 의대증원을 위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직후 돌연 태도를 바꿔 전공의 충원을 위한 빈자리 만들기에 힘을 쏟아왔다. 

7월 초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돌연 철회하고, 15일까지 각 병원에 하반기 전공의 충원을 위한 결원을 확정할 것을 요구했고, 일부 병원들이 사직서 일괄수리 등의 방법으로 7000명이 넘는 빈자리를 만들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최종 확정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전국 100여개 병원 총 7645명. 수련 중도포기자 등 결원 충원용으로 운영되던 '가을턴'이 3월 정규 선발 못지 않은 규모로 커진 셈이다.

올해 가을턴 모집 인원은 인턴 2525명, 레지던트 1년차(R1) 1446명, 상급년차(R2~4) 3674명에 이른다. 7000명이 넘는 규모의 가을턴 모집은 역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대규모 가을턴을 통해 다수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길 기대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빅5 병원 마저도 빈손 마감이 속출했다.

서울아산병원 지원자 0명, 빅5 유인책도 안 먹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전공의를 단 1명이라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된 기관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 고대의료원, 단국대병원, 강릉아산병원,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10곳이다. 

이들 병원 지원자는 모두 합해도 50명 미만.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이 각각 20여명, 8명의 지원서를 받았고 세브란스병원이 6명, 단국대병원이 4명, 고대의료원과 강릉아산병원 등 나머지 병원들이 각 1명의 지원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빅5병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20여명의 전공의가 지원했다고는 하나 충원률로 보자면 4% 정도다. 삼성서울병원은 인턴 123명을 포함해 총 521명의 전공의 정원을 마련했었다. 

세브란스병원도 711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충원률은 1%가 못된다. 

서울아산병원도 전공의 지원자 숫자가 0명으로 알려졌다. 통합수련시스템에 따라 무려 1015명의 빈자리를 냈던 가톨릭중앙의료원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턴 제외 총 30명 규모로 애초 소규모 채용에 나섰던 서울대병원 또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했다.

빅5 병원들은 통상 전공의 모집 현황을 병원 홈페이지를 실시간으로 공개했는데, 이번 가을턴 모집에서는 비공개로 처리했다. 병원들은 "사안의 민감도를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제자 지키자" 강경했던 지방 국립대, 지원자 모두 0명

지방 국립대병원도 줄줄이 지원자 0명을 기록했다. 부산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등이 이에 속한다.

이는 이들 병원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 국립대병원 대다수는 금번 전공의 사태와 관련해 강경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사직서 일괄수리 지침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고, 하반기 모집과 관련해서도 "전공의들의 뜻을 지지하며, 제자의 자리를 비워두어야 한다"며 버텼다.  

실제 충북의대와 강원의대 교수 비대위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진행 중이던 지난 26일 의대증원 추진 중단 등을 촉구하며 보건복지부 세종청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김충효 강원대병원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이 버틴 이유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며 전공의 사직을 강요하고 지방 거점 병원을 더욱 위기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2025년도 의대증원을 지금이라도 취소하라"고 강력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땜질식 대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31일 입장문을 내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종료됐지만 예상대로 지원율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갈라치기 술책과 행정명령 철회, 수련 특혜 등 당근책은 전공의들에게 통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그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실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사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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