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행위 저평가, 중복 검사 유도 "급여 주사, 할수록 손해"
국립대병원도 '박리다매 수가 구조' 비판 "체계 개편 시급"
검사도, 그 흔한 비급여 수액도 하지 않고 살아온 13년차 개원내과 의사가 현행 수가 구조는 "기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주사의 경우, 주사제 구입비용 만큼만 지급하는데 기타 재료값이나 행위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아 매출 세금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설명도 이었다.
김현지 대한내과의사회 학술이사는 2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주최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다-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 전문가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 진료행위가 저평가되고 있어 겪고 있는 개원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김현지 학술이사는 13년차 개원내과의사로 검체·검사를 포함한 비급여 의료행위를 전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사액도 철저히 급여적용이 되는 주사만 취급한다. "환자 몸에 닿는 모든 의료행위는 의사가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진료 중"이라며 간호 인력 역시 간호사만 채용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현지 이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체온계 일회용 팁, 일회용 장갑, 소독돼 개별 포장된 설압자, 페이스쉴드 등을 사용하는데 이 모든 비용은 일반 진찰료에 포함돼 있어 별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감염 환자 검체물 등 의료용 폐기물 처리 비용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차 의료기관에서 감염 환자나 감염 관리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지적. 의료기관 경영 문제를 떠나 지역사회 감염의 빠른 확산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복 검사를 피하기 위해 다른 병원에서 가지고 온 검사지를 판독하고 있다. 상담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별도의 수가는 없다.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하지 않으면 진료만으로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 타 병원의 검사를 자세히 분석하기보다 중복 검사를 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의사가 처방한 약의 복용방법이나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지만, 복약지도료는 약국에만 지급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봤다. 의사가 복용지도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표적 약물로는 흡입제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꼽았다.
"보험이 되는 주사, 검사의 수가도 주사제나 검사 키트 구입 비용만 지급된다. 처방·검사에 소요되는 재료값이나 행위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된 매출 세금만 내게 되니 마이너스가 된다. 급여 주사를 놓으면 마이너스가 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짚었다.
유사한 경영방식을 고집해왔던 동료 개원의가 최근 병원을 접고, 봉직의로 취직한 일을 언급하며 "언제까지 이런 진료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탄했다.
'기형적' 수가 구조에 대한 지적은 국립대병원에서도 나왔다. 많은 환자를 봐야만 경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수가에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임재준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부원장은 "경증 환자를 1·2·3차 의료기관이 모두 진료하고, 경쟁하는 기형적 상황"이라며 "박리다매 수가체계에서, 대형병원 역시 많은 환자를 보지 않으면 운영이 안 된다.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회송률이 단 3%에 그치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는 일차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 중인 정책. 무한경쟁에서 탈락한 일차의료기관이 많아질 경우 의료접근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가 없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재준 부원장은 "의학적 판단에 의한 전원 거부 시, 산정특례를 미적용하거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90%를 적용하는 등의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심층 진찰 시범사업을 제도화·확대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난도와 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인데, 12명의 환자를 5분씩 진료했을 때보다 4명의 환자를 15분씩 진료했을 때 더 높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15분 심층 진찰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꼼꼼한 진료로 처방 약이 줄었고, 총진료비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병·의원으로 회송한 환자 역시 늘어났다.
임 부원장은 "시범사업 참여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15분 진료가 적정하다는 답변이 77.8%였고, 이것도 짧다는 답변은 16.0%였다"면서 "진료협력체계와 질 관리비용에 대한 보상도 뒷받침돼야 한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수가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