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지역의료 복무 의무..중국은 6개월-이란 최대 2년
개원면허제 두고 의료계 '반감' 높아…"또 다른 족쇄될 것"
정부가 개원면허제 도입을 공식화 하면서 그 세부 내용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의대졸업 후 바로 개원이 가능한 지금과 달리, 일정 기간 수련기간을 거쳐 개원을 위한 별도 면허를 부여받도록 한다는 것이 제도의 주요 골자.
다양한 외국 사례가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의료취약지 등에서 일정기간 복무를 해야 개원할 수 있는 중국과 이란의 방식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개원면허제도를 통해 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함과 동시에 의료계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개원면허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외국 사례로 봤을 때 의대만 졸업하고 임상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 진료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충분하게 진료 역량, 임상 역량이 쌓인 상태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대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진료면허, 수련체계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면허제도에 관한 정부의 구체적인 안은 아직 발표 전이다. 다만, 정부가 외국 사례를 예시로 들면서 개원면허제도를 설명한 만큼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제도를 차용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복지부가 예시로 제시한 국가는 영국과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다.
영국은 의사 면허와 별도로 진료 면허(license to practice)를 취득해야하며, 국가 전문기구에서 5년 단위 면허갱신평가 및 진료면허 발급, 진료 적합성평가 등의 업무 수행을 해야한다.
캐나다도 의대 졸업 후 2년의 교육을 거쳐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화 했다.
의료계에서는 중국과 이란 등의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정부가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개원면허 취득을 위한 수련 과정을 취약지 의무복무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의 경우 수련병원에서 30개월, 지역의료기관에서 6개월 등 총 3년간의 임상 수련을 마쳐야 의사로 일할 수 있다.
이란 의대생의 경우 졸업 전 보건부와 연계된 수련 병원에서 필수의료 분야에 복무해 18개월간의 임상 수련 교육을 받는다. 이후에는 최대 2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유급 복무를 해야 개업할 수 있는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중국과 이란에서 개원을 위해 지역의료 혹은 의료취약지에 일정 기간 근무를 하도록 단서조항에 주목하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개원면허에 대한 세부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이란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정부가 따를 확률이 높다"며 "특히 이란에서는 개원을 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에서 일정기간 근무를 해야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정부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도 지역의료까지 해결할 수 있는 개원면허제라면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당과 야당 모두 개원면허제를 공중보건의 연장선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개원면허제도 도입과 관련해 여전히 반감이 높다. 의료대란 사태 해결을 위해 또다른 족쇄를 채워 의사들을 압박하려한다는 분위기가 다수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또 다른 노예 양성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결국 전공의들에게 개원을 하는 제한을 걸면서 정부가 입맛대로 그들을 부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의 사이에서는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낙수의사'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개업을 하기 위해 또다른 면허를 부여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두고 지금 일반과 의사들이 실력이 없어서 환자를 못보냐는 말이 나온다"며 "의료계에서 탄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일반과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