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자료에 불만 터져…의학교육 실사, 의견 청취가 전부?
딱 떨어진 '2000명' 배정 근거 '익명 보장 이유' 제출 못 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가 16일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의 미흡한 자료 제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이어, 교육부까지 자료제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일각에선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제출할 근거가 애초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월 '의대 증원'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결정 과정의 근거와 과정을 물었다면, 이번엔 확대된 2000명의 배정 근거와 급작스러운 증원으로 인해 우려되고 있는 의학교육의 질 담보 방안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정부는 13일 청문 소위원회 의원실에 사전 질의·사전 자료 요청에 대한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복지위 10명, 교육위 11명으로 구성된 의대증원 청문 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에 2025년 의대 신입생 증원 배정 근거, 전국 의대 교육 여건 실사 자료와 함께 의학교육 질 담보 및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대책 등에 대해 사전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부실 답변' 논란이 나오고 있는 사안은 다양하지만, 의학교육점검 실사와 의대정원 배정심사위원회 관련 답변은 특히 주목된다.
의학교육점검 실사는 각 대학의 기본적인 의료 교육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 사태 초기부터 우려가 제기된 의학교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정부는 앞서 대학별 의학교육 역량과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대학별 의학교육점검 실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실 교육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현장 역량 평가 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변도 반복했다.
전국 의대생들은 교육부가 지난 2월 각 대학에 의대 정원 수요조사 제출을 요청했을 당시, 대학에 제출 거부를 요청하면서 현재 겪고 있는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각 대학별로 나열했다.
의대교수들 역시 현재도 부족한 카데바·실습실 등의 현실을 고발, 의대 증원 시 부실교육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어떻게 추산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현장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 정부가 제출한 '의학교육점검만 활동 보고서' 등에는 각 대학 의견 청취에 그친 보고서만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부실 점검' 논란을 피할 수 없게된 것이다.
'의대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의 경우 증인 채택 이슈로 먼저 조명됐다.
정부는 서면 자료에서 "의대정원 배정위원회가 비상설·비법정 위원회로 공공기록물법 시행력 18조에서 정하는 회의록 의무작성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정부가 익명성 보장을 약속했다"며 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모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학별 배정 기준과 근거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비수도권 의대 중심, 소규모 의대 교육 역량 강화, 대학별 수요·교육 역량,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기존 브리핑에서 밝혔던 심사 취지를 밝히는 데 그쳤다.
어느 답변을 보아도 딱 떨어진 2000명 숫자 배정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 문제는 해당 자료에 대한 충실한 답변이 배정심사위원장 증인 제외의 전제조건이었다는 점이다.
교육위 여·야는 8일 전체회의에서 의대 증원 청문회 개최를 결정하면서, 배정심사위원장 증인 채택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결과적으로 의과대학 학생 정원에 관한 배분 근거와 배분 과정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받는 조건으로, 배정심사위원장을 증인에서 제외키로 합의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충분한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을 경우, 자료제출뿐 아니라 증인도 반드시 출석시키겠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이런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자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관련 질의를 한 의원들은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에 지속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 만약 청문회 전까지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대응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위 야당측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 관계자는 "답변이 미흡하다는 판단으로, 자료를 받은 어제(13일)부터 담당 부서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전체회의에서도 보셨겠지만, 추가 대응은 추가 자료 제출 여부 등에 따라 논의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질의를 했던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과 교육위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 의원실 관계자는 "답변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자료를 받자마자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으며 정부에 추가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문회를 코앞에 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추가 자료 제출을 통해 의대 정원 2000명에 대한 증원 근거는 물론 배정 근거, 향후 의학교육 질 담보 방안까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료계 이목이 쏠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교육위원회가 진행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는 16일 오전 10시 국회 국토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