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준다'던 의대 증원 배정 자료, 알고보니 폐기했다!

'못 준다'던 의대 증원 배정 자료, 알고보니 폐기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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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두렵길래" 공공기록물 관리 법 위반·국회 우롱 지적
배정심사위 충북 공직자 참여 후 211명 증원…구성부터 의문
"1000페이지 자료를 하루만에?" 의대 배정심사 '졸속·날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16일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진행했다. ⓒ의협신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16일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진행했다. ⓒ의협신문

딱 떨어진 2000명 의대 정원 배정 결과로, 여러 의혹을 낳았던 의대 증원 배정심사위원회 핵심자료가 폐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의료 갈등 심화, 개인 정보 등을 운운하며 제출할 수 없다던 회의록을 이미 없앴다는 교육부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의료계 관심·기대 속에 열린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는 본격 질의 시작 전부터 자료제출 미흡으로 고성이 오갔다. 

가장 메인이 됐던 것은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관련 자료. 지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정심사위원장 증인 제외 조건으로 여·야 간사가 배정심사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키로 합의했지만, 교육부는 끝내 해당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교육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교육부가 자료제출 기간이었던 8월 13일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는 비상설 비법정위원회로 공공기록물 시행령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회의록 의무 작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했음을 전했다.

복지위·교육위 위원들은 해당 자료가 미흡하다며 항의, 추가자료를 요청했다. 이후 황당한 상황이 일어났다. 교육부가 돌연 "참석한 위원들의 전원 동의를 구해 배정심사위원회의 협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답한 것이다.

증인 참석 제외 조건으로 내걸었던,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핵심자료가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김영호 교육위·복지위 연석청문회 위원장은 "배정위원회가 굉장히 중요 회의였다. 당연히 기록을 남기셔야 했다. 어떤 것이 들었길래, 무엇이 두렵길래 파기를 했느냐?"며 "파기된 자료였다면 지난 전체회의때 말씀을 했어야 했다. 왜 국회를 조롱하고 우롱하느냐? 여당 간사도 속은거다. 그 자료가 있는 줄 알고 합의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교육부의 '자료 폐기'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법 제19조에 따르면 공공기록물을 무단으로 손실·은닉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 제27조에는 기록물의 폐기 및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하려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41조 제1항에 따른 기록물 관리의 협업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따른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 3월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에 충청북도청의 공직자가 참여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가 나온 사실도 조명됐다. 충청도 소재 대학인 충북대와 건국대 충주캠퍼스에 있는 의대 정원이 무려 211명이나 증원이 됐다는 점과 연결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배정위원회는 여러 지역을 광역지자체를 정당하게 하기 위해 특정 광역자치단체의 공직자가 참여를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왜 당시 그 안에 광역자치단체 공직자가 배정위원회에 참여를 하게 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 자료 제출 검토 결과, 배정심사위원회의 자료 분석·확인이 '졸속·날림'이었던 걸로 보인다는 날선 지적도 나왔다. 2023년 의학교육점검반 현장실사 결과에서, 교육여건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작년 객관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활용한다고 한 점을 짚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배정위 회의 결과 나름 요약해서 준걸 봤더니 이런 졸속과 날림 없다. 확인도 없이 그런 엄청난 결정 하나. 현장 점검도 나가지 않고 옛날 자료가 다 맞다면, 기본적인 역량을 갖췄다면…그걸 보라고 배정위 만든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학이 증원 신청을 하면서 제출한 자료가 1000페이지다. 배정위는 하루만에 점검을 끝냈다고 보고서에 나온다. 단 하루만에 엄청난 자료들을 다 검토하고 거기에 대한 검토를 내린 거다. 대단한 분들이다. 꼼꼼하게 검토한 거 맞나?"라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 없다. 날림 배정이다"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가 임의 기구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 사태의 갈등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자료 폐기·미제출의 이유로 댔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배정위원회는 법정기구가 아니다. 장관의 자문을 위한 기구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번 위원회뿐만 아니고 교육부의 배정위원회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며 "지금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갈등이 지금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런 자료가 유출돼 갈등을 더 촉발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실무진들의 그런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오석환 교육부차관은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은)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른 회의 결과 정리·기록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저희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해명에도 질타가 이어졌다. 갈등 촉발 등의 정무적 판단 '자료 유출'을 전제로 한 갈등 촉발 가능성 발언은 국회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장관은 자료가 유출되면 더 심각한 갈등을 유발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갈등 유발하려고 민감한 자료 유출시키는 집단인가?"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주호 장관은 "배정위원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이 될 경우, 처음에 배정위원으로 모실 때 약속했던 것을 어기게 된다. 그분들이 지금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상당히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우려가 있다"면서 "국회의 그런 권위나 또 국회의 신뢰성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국회 자료제출 요구를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거절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드린다"며 정부의 해명이 법적으로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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