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연세대·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한미약품 공동연구
비만·당뇨 동반 지방간 질환 빠르게 진행하는 동물모델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유발 간세포암 예방 치료 전략 제시
국내 연구진이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사람의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을 잘 모사하는 새로운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에 새 전환점이 될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박준용 연세의대 교수, 한미약품 R&D센터,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 공동연구팀이 새로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전 세계 인구의 30%, 비만하지 않은 인구의 19%가 앓고 있으며, 지방간에서 시작해 간암까지 진행되는 심각한 만성질환이다. 현재 FDA에서 승인된 치료제인 레스메티롬(Resmetirom)이 있지만, 치료받은 환자의 70% 이상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유병률은 20∼30%에 이르고, 지방간염 질환은 전세계 성인 인구의 5% 이상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임에도 현재까지 제품화된 치료제가 없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지방간에서 시작해 지방간염, 섬유화,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는 만성질환이며, 심혈관질환 및 간 관련 합병증 등에 의해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의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적절한 동물모델이 없어 병인기전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고, 특히 기존 동물모델은 당뇨·비만 등 대사이상이 간경화와 간암의 발병에 유발하는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김하일 교수팀은 베타세포의 기능이 부족한 아시아인에서 비만과 당뇨병을 동반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유병률이 더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우스에 약물을 통해 베타세포를 파괴해 당뇨를 유발한 다음 고지방 식이를 먹여서 비만과 당뇨를 동반한 지방간 질환이 빠르게 진행하는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이 마우스 모델은 1년 동안 점진적으로 지방간, 지방간염, 간 섬유화 및 간암이 나타나는데, 해당 마우스의 간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그 특징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들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모델에서 발생하는 간암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에서 발생하는 간암과 조직학적,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동물모델을 사용해, 최근 비만치료효과로 각광을 받고 있는 GLP-1 유사체의 효과를 시험했다. GLP-1 유사체 투여가 이 마우스 모델에서 지방간, 간염과 간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해, 마우스 모델이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 모델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방증했다. 또 GLP-1 유사체 투여가 간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주요 사망 요인인 간암 발병 억제를 위한 GLP-1 유사체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김하일 교수는 "현재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넓은 스펙트럼과 당뇨·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으나,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마우스 모델은 만성 대사질환의 특징을 잘 모사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로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정병관 박사, 최원일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최원석 교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8월 2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A male mouse model for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and hepatocellular carcinoma'.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