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회진 잠시 돌고 떠나면 전공의가 알아서? 한국식 문제

교수 회진 잠시 돌고 떠나면 전공의가 알아서? 한국식 문제

  •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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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

1976년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약칭 전문의수련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전공의 (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근거법률이 대통령령으로 제정되었다. 

수련의 개념, 수련기간, 수련방법, 전문의자격시험 등이 규정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편 전공의의 수련 환경의 개선에 대한 요구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였지만, 2015년이 되어서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약칭 전공의법)>이 제정되어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의 양성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과 현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안을 보면 근무환경에 관한 것이 많다. 2014년 조사를 보면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인턴은 116시간, 레지던트는 93시간이고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직장내 폭력도 많이 경험하고, 건강문제도 일반근로자에 비해 많다. 우울감, 자살생각도 많았으며, 의료과실 위험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 

2016년 전공의법이 시행에 들어가고 나서 2019년 조사결과를 보면 수련규칙을 미준수하는 기관이 여전히 상당했다.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를 보면 수련시간이 평균 주당 77시간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당 80시간 초과를 경험한 경우가 52%라고 하는 것을 보면 여전하였다. 1년차의 경우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90시간이라고 답하였다. 

다른 지표도 여전히 개선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공의법에 근거하여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구성되고 매년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전공의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고쳐야 할 게 많다.

최근 전공의법의 개정과 함께 주 80시간 근무를 60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속근무 36시간 제한 규정을 24시간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다. 

입원환자 진료를 교수, 전임의, 전공의, 진료보조PA가 담당하고 있는데 진료 부분 전공의의 역할을 대체할 인력이 필요하다. 입원전담전문의로 채우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현실은 진료보조인력(PA)으로 채우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임상강사는 특정 분과, 특정 병원으로 편중되는 문제를 가져왔다. 

실제로 임상강사(전임의, 펠로우)나 주니어 교수들의 노동강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문제가 노정되었다. 상당수가 번아웃을 경험중이다. 최근 의정갈등 사태 속에 교수들이 주1-2회 당직을 서면서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레지던트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안
내과 전문의자격시험을 보는 의사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내과계질환에 대한 진료역량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을 갖추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술기역량 (내시경, 초음파 등)에 대해서는 초보자 수준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내과학회는 수련병원이 전공의 수련 역량을 제대로 갖추도록 지도감독을 하고 있고 매년 여건을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공의 정원 책정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내과 전공의 수련제도를 참고할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 병동 환자 진료는 현재 교수가 회진을 잠시 와서 돌고 떠나면 전공의가 알아서 주야간 진료를 다 담당하는 방식이다. 교수가 병동에 상주하면서 전공의 교육과 환자진료를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입원환자 10명을 놓고 2∼3시간 동안 전공의와 같이 회진을 하면서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치료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어떤 약물을 써야 하는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전체를 가르쳐야 한다. 병실 환자 중심의 수련을 하다 보니 외래진료 수련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와 강의도 필요하다. 

주간근무만 하면 주 60시간 정도로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게 가능하며, 야간당직근무는 별도의 스케줄을 만들거나 당직근무를 담당하는 의사인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공의 1인이 보는 환자의 수도 10-15명 정도로 상한선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현행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할 때 교육시간의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해당 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역량과 진료 경험 (환자수나 수술건수 등)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전공의를 피교육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료의사(노동자) 역할이 지나치게 높고 피교육자로서의 역할이 낮은 상황을 피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높이고 노동자 역할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련교육의 내실화, 표준화를 위해 핵심역량을 정하고 수련지침서, 평가지침서 등을 개발하여 배포하였다. 전공의 수련관련 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포트폴리오를 개발하여 전공의 교육 및 평가의 표준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대로 된 수련교육과 평가를 위해서는 교육자의 수와 역량이 필요하고 교육자의 시간을 보상하는 기전이 필요하다. 교육프로그램을 더욱 구조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막 시작 단계이다.

수련병원 새로운 진료체계의 도입 필요
대학병원(수련병원)의 새로운 진료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별첨 그림 참조). 내과를 기준으로 현재 입원전담전문의에 의해 운영되는 통합내과(급성기내과 등)의 규모가 확대되어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입원환자 진료를 보는 체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내과 입원환자가 전체 300명이라고 할 때 현재 전문의 진료가 50명이라고 한다면 150-200명까지 늘려야 한다. 이 진료시스템에 전공의가 배치되어 수련을 받는 방법이 필요하다.

현재 분과별로 운영되는 병동은 전문의 진료전담트랙은 전문의와 진료보호인력(PA)가 진료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전공의 교육전담트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있는 전문의는 입원전담전문의로서 기능을 하면서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점에서는 현재 입원전담전문의/통합내과와 다를 바 없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도 전담전문의 체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전공의는 교육을 위해 배치되어야 한다. 이게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전문의중심병원으로 가는 모델이 될 수 있는데, 그러려면 현행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관리료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현행 관리료 수가의 2배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 전문의가 야간 당직근무를 하는 것에 진료수가(당직수당)가 배정되어야 한다. 현재 의정갈등 사태에 대응책으로 정부가 주고 있는 가산료 등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해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정부가 구상하고 있다. 내과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외에도 (종합)병원, 의원, 공공기관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해야 한다면 다양한 보건의료 환경 및 임상사례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전공의 개인의 미래 지향에 따라 선택될 수도 있어야 한다. 내과전문의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수련프로그램이 다각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내과학회에서는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의 종합병원 간의 협력수련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전공의 정원을 갖고 있거나 전공의 배치를 희망하는 종합병원이 완결된 수련환경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권역별 거점수련병원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순환근무를 하게 되면 상급종합병원의 어려운 환자나 지역 종합병원의 내과 환자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문제는 상급종합병원 외에 다른 병의원이 전공의수련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도전문의 자격이 필요하고 수련의 경험이 필요하다. 전공의가 공공의료원이나 동네의원에 배정된다고 자연스럽게 수련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3∼4년 스케줄이 나와서 일정 기간 다양한 의료기관에 배정될 수 있는데 그때 전공의 급여를 어떻게 줄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협력수련체계에 들어오는 수련병의원이 기꺼이 나서는 상황이 되려면 전공의나 지도전문의의 인건비 등 교육수련비용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비교적 전공의 정원 확보가 용이한 내과를 대상으로 시범적용해 보면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좋겠다. 

전공의교육수련 비용을 국가에서 지불해야
마지막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전공의가 배워야 할 역량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구조화가 필요하다.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맞게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도전문의의 교수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전체 수련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책임지도전문의가 필요하며,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전공의 수련과 관련하여 전공의 및 지도전문의의 인건비나 행정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2020년 메디케어에서 직접 인건비(전공의, 지도전문의, 행정)로 6조 3000억원을 지원하고 있고,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20조원이 넘는 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도 전공의 교육비로 4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교육수련비용으로 1조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전공의법 제3조(국가의 지원)에 국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하여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현실은 연간 수십억원 수준이다. 전공의 수련내실화를 위해 이제 정부가 그 확고한 의지를 내년 예산 배정을 통해 밝힐 때가 왔다.

(이 글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인력 전문위원회 주관 공개토론회에서 전공의 수련내실화 방안으로 발표한 토론자료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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