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응급실 힘든 시기…셧다운도 가능할 것"
"정치권이 개입, 특히 한동훈 대표 나서야" 주장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의 문제점이 응급실을 덮치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줄 사직 하고 있으며, 인력 부족으로 배후 진료과의 뒷받침 역시 부족해지면서 응급실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응급실 셧다운 현실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병원을 떠나기 전 응급의학과 전공의었던 만큼 응급실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 비대위원장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한지 진단을 내리고 각 전문과에 의뢰를 하는데 배후 진료가 되지 않으면 응급실에서 진료가 힘들다"라며 "결국 응급실에서 진단만 내리고, 치료가 안돼 또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응급진료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이 같은 응급진료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응급실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기관은 7월 기준 24곳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가 19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 현황판을 봐도 인력 부족으로 배후 진료과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 공백 해결을 위해 부랴부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추가 상향, 경증환자 본인부담률 인상 등을 제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응급실 붕괴, 나아가 셧다운 상황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배후 진료가 되지 않으면 사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보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최종 치료가 안되면 다른 병원에 전원을 보내거나 해야 하는데 이는 업무 과부하로 이어지는 데다 만약 응급실 체류가 지연돼 환자 상태가 나빠져 최종 책임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져야 하는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 시절 경험을 꺼내 추석이 있는 9월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시절 명절에 집에 못 간지 오래됐고 명절 전이 되면 불안감도 있었다"라며 "환자가 얼마나 또 많이 올까, 얼마나 바쁠까 하는 불안감이다. 또 명절에는 환자들이 더 예민해져 문제 제기도 심해 업무에 영향을 줘 특히 힘든 시기다"고 전했다.
전공의에 이어 간호사라는 저비용 인력으로 의료공백을 메우려는 정부 움직임도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나 수련병원, 결국 대한민국 의료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운영돼 왔다"라며 "사실상 전공의를 착취하면서 운영돼 왔고 최근에는 진료지원인력으로 이를 대체하겠다고 한다. 간호사라는 저비용의 인력으로 병원이나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걸로 보여서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결국 이득을 보는 건 인력을 싸게 운영할 수 있는 정부나 병원장 말고는 결국 환자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의대정원 증원 이후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정부 정책은 의사들의 자부심을 깨부수고 있다는 지적도 더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소통이 끊어진 현재 정치권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다. 특히 여당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자부심도 저비용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재원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자부심을 존중하면 어느 정도의 동기가 돼 환자 진료를 임금이 적더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런 구조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라며 "정부가 이제 와서 여러 정책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이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이 개입을 해야 한다"라며 "처음부터 여러 요구안을 제시해왔고 정부가 답을 한다고 하고 있지만 결국 현재의 문제는 국민에 대한 문제인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한동훈 대표도 현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