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거부권 행사하고 통과시킨 정부, 간호사로 전공의 대체하면서 돌아오라니"
"업무범위 권한도 규정도 없는 '깡통' 간호법…보건의료직역 각기 단독법 모두 제정?"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자체를 향한 지적과 더불어 간호법 통과로 전공의 복귀와 의료대란 해결은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28일 의협회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 반년간 전공의들은 환자 곁을 떠났다고 패륜아 취급당했는데, 간호법을 조건으로 파업 으름장을 놓은 보건의료노조는 비난은커녕 한없는 존중과 관대함, 발 빠른 (간호법) 국회 통과로 화답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의정논의가 불가능해졌다고도 했다.
임현택 회장은 "불과 1년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내용 그대로의 법안을 여당이 주도해 통과시키는데,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정부와 여당은 무리한 의대증원 강행으로 수련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대체인력으로 PA간호사를 불법진료에 활용하기 위해 합법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 겸 총무이사도 "간호사로 의료공백을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어떻게 전공의에게 돌아오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최안나 대변인은 여당을 향해 "어제까지만 해도 의료대란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줘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고 돌이키며 "그러나 오늘 법을 졸속으로 논의하고 바로 통과시키는데 어떻게 2026년 정원유예를 얘기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간호법 내용에도 우려가 나왔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현재 (간호법에는) 불법의료에 대한 권한, 규정, 처벌조항 그 어느 것도 없다. 간호사가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를 시행함으로써 환자에게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업무범위 기준도 모호하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하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며 간호사들조차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라며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워 의료현장에 혼란이 일고 불법 무면허의료가 만연해지는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그간 의료법 안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던 여러 직군까지 권리 확보를 위해 단독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간호사만 단독법을 만들어 주면 형평성에 어긋나는데 어떤 핑계로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보건의료직역 간 협업과 상생은 옛말, 분열과 반목 속에서 직역 간 각자도생하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의협은 이날을 기점으로 '간호사불법진료대응센터(☎02-6350-6511)'를 운영하고, 정당가입운동을 통해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