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위암 항암 기전 첫 규명

'마이크로바이옴' 위암 항암 기전 첫 규명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9.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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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재발 위암 새 면역항암 치료법 단초 제시…'Gut Microbes' 게재
위암 환자 혈액·조직 분석 결과 장내 유익균 페칼리박테리움 감소 확인
송교영·정윤주·조미라 가톨릭의대 교수팀, 중개의학 공동연구 성과

위암 환자는 기능성 장내균총(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이 감소돼 있으며, 위암 아바타 동물모델 연구결과 장내균총이 항 종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행성 위암이나 재발 위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면역항암 치료시 장내균총이 암 주변에 모여든 면역세포들의 기능을 강화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획기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송교영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공동교신저자)·정윤주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공동저자)·조미라 교수(의생명과학교실 중개면역의학 연구실·공동교신저자), 이승윤 연구원(제1저자) 공동연구팀이 위암 환자의 기능성 장내균총과 면역세포를 분석한 결과, 위암 환자에서 감소돼 나타나는 장내균총의 유익 대사산물인 부티레이트가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 저하 상황을 제어한다고 밝혔다. 

부티레이트는 장내균총 중 하나인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의 대사산물로, 섬유질을 분해하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단쇄지방산(SCFAs)이다. 페칼리박테리움은 대장 내 점막의 염증을 줄이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며, 소화 과정을 돕는 등 유익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마다 부티레이트를 생성시키는 세균의 양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장내 세균 구성에 따라 중증 감염병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장내균총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것과 더불어, 최근 항 PD-1/ 항 PD-L1 면역항암제 같은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 반응과 장내균총의 상관성에 주목했다. 위암 환자의 장내균총과 면역저하 상황의 상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위암 환자의 혈액내 면역 세포와 종양 조직에서 면역세포 아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진행성위암 환자는 조기위암 환자 보다 혈액 내 면역 세포와 종양 조직에서 면역억제인자로 알려진 PD-L1과 IL-10의 발현이 높았다. 

또 위암 환자의 장내균총을 분석한 결과, 부티레이트를 생산하는 일부 장내세균이 감소된 것을 확인했다. 감소된 균주들은 페칼리박테리움을 비롯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콜린셀라(Collinsella), 소화 과정을 돕는 비피더스균 등이었다. 

■ 장내균총 중 하나인 페칼리박테리움의 대사산물인 <span class='searchWord'>부티레이트</span>에 의한 위암 환자 면역 저하 상황 제어 기전 모식도.
■ 장내균총 중 하나인 페칼리박테리움의 대사산물인 부티레이트에 의한 위암환자 면역저하 상황 제어 기전 모식도.

연구팀은 이런 장내균총이 분비하는 대사산물인 부티레이트가 위암 세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암 아바타 모델(위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식한 마우스)을 활용했다. 그 결과 부티레이트가 생체 내(in vivo) 모델에서도 위암 세포의 PD-L1과 IL-10의 발현을 억제시키는 것을 확인했으며, 암 촉진을 억제하는 항 종양 효과도 입증했다. 그동안 부티레이트의 항 종양 효과 연구는 있었지만, 위암 모델에서의 구체적인 효과는 처음 확인됐다. 
 
위암은 한국의 암 사망 원인 중 4위를 차지한다. 조기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이 높지만, 진행성 위암이나 재발 위암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아 새로운 치료법인 면역항암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종양에 직접 작용하는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 치료제와 달리 면역항암요법은 암 주위의 면역반응을 유도해 환자의 면역체계로 항 종양효과를 일으켜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다. 

가장 잘 알려진 면역 항암제는 면역관문 억제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관문 단백질(PD-L1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해 몸속 T세포가 종양 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위암은 종양의 미세환경에서 면역학적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 다른 종양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한다. 

송교영 교수는 "암이 생기는 과정이나 재발하는 시점에서 환자의 면역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면역치료제가 쓰일 정도로 발전했다"라면서 "이 연구는 면역치료제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환자를 선택하고 치료 반응을 높이기 위한 인자들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에서 장내균총이 면역저하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조미라 교수는 "위암환자의 장내균총 구성과 관련 대사체가 위암의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중요한 타깃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라며 "환자 면역세포 상태를 반영하는 환자 모사 아바타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하여 의미가 크고, 전신경화증, 간 이식 마우스 모델에 이어 인간화 위암 마우스 모델에서 면역 억제 기능을 확인한 만큼, 향후 다양한 암 질환 치료 분야에 응용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중견연구)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저명 국제학술지 <Gut Microbes>(IF=12.2)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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