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대한응급학회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
이재명 당 대표 "정부·여당 인식 수준 걱정…전쟁하는 게 아니다"
박주민 위원장 "의료 공백 해결 방안, 모두가 알아…대화 잘 안 풀려"
의료 사태 속 의료 위기. 생명에 가장 밀접되고 있으면서, 피부에 닿는 문제가 먼저 터진 곳.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 붕괴 위기 의식이 고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가 현장 전문가들과의 자리를 마련 한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응급의학과는 전공의가 차지했던 포션이 50% 이상으로, 타과보다 높은 것이 특징. 전공의 대거 사퇴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응급 환자 중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1분, 1초'가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이성우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고대안암 진료부원장),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전국권역외상센터 협의회장),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2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대한응급학회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에 참석, 위기에 처한 응급의료의 현실을 전했다.
이성우 정책이사는 "당장 내년 응급의학 전공의 정원이 반토막났다. 수련 역시 반토막이다. 문제는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전공의 수련 기간을 보면 최고 4년 이상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응급의료는 지난 30년동안 꾸준히 개선·발전해 왔다. 그간의 노력이 완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사안의 엄중함을 짚었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외상환자는 여러 과와의 협진이 특히 중요하다. 하나만 안 되도 전체가 어려운 특징이 있다"며 "전에 비해 30∼50%넘게 환자 이송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환자를 예로 들면, 팔·다리·안구 중 어느 하나라도 고칠 수 없다면 받을 수 없게 된다. 업무 로딩과 환자 처치가 느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의사들은 하루하루 절망감에 빠졌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관리해온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왔다.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적절한 처치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 환자 지표를 말한다.
정경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 사업은 막대한 정책 자본이 투입됐다. 이전에는 50%를 기록한 정도 있었지만 센터 설치 이후 35%, 2021년에는 13.9%까지 감소했었다. 3분의 1로 감소한 성과다. 0%를 목표로 일을 해 왔다"며 "정부 의료개혁 이후, 모든 일들이 역행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외상센터가 세워지기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응급 현장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 '데미지 컨트롤'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상황과 같다고도 진단했다. 버티고 있는 인원도 지쳐가고 있어, 팀원들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그만두겠다'고 할까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심경도 전했다.
정경원 센터장은 "근원적 치료를 해야하지만, 환자 상황에 따라 시급한 치료만 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데미지 컨트롤이다. 현재 의료 상황이 그렇다. 응급외상에선 특히 더 그렇다"며 "현장은 정말 시급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당 대표 "정부·여당 인식 수준 걱정…전쟁하는 게 아니다"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의 '현실 인식'에 대한 개탄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응급의료 상황에 대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작동되고 있다, 의료현장에 가면 느낄 것이다"라고 발언, 현장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료사태를 두고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취지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정부·여당 인식 수준이 걱정된다. '의료현장 걱정이 없다'던지, '6개월이면 이긴다'던지.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승부처럼 생각하는 정부 인사까지 있다"며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무리한 정부정책 시행 강행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심각한 것이 응급실 문제다. 응급의료 체계가 응급실 뺑뺑이라는 이름으로 상징화되고 있다"며 "현재 상태가 계속 방치될 경우, 심각한 국민의료대란으로, 국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은 대통령 국정 브리핑 발언을 두고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거의 재난 수준이라는 말씀을 한다. '2시간만 응급실에 와봐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료 공백 해결 방안, 우리 모두가 알아…대화 잘 안 풀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근 정부가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응급실 이용자 숫자를 줄이겠다고 한 데 대한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박주민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응급실에서 경증·중증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중증도 판단은 과소분류보다 과대분류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과소분류를 했다가 추후 중증으로 전이되거나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예방 가능한 사망과도 연결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중증환자를 보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렇게 되면 응급실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의 대책이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의료대란 대책과 관련해서는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한동훈 대표도 이런 차원에서 2026년 정원이라도 협의해보자고 한 것"이라면서 "의료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러 단체와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화가 잘 풀리고 있진 않다. 민주당 차원에서는 제도적 개선이나 입법적인 아이디어도 있고, 이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해결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의 위주로 보강을 하자고 하지만, 전문의 역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당장 합의가 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에도 특위가 있어 국회차원의 협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아직 합의된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