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9월 정상 진료' 단언한 천안 순천향·단국대 현장은 '비상'
의사도 속수무책…"병원 대기 걱정 없을 당신은 큰 착각 중"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현장에 가면 느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였다. 한마디로 응급실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은 정말 시급하다…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대통령의 발언은 한 목소리로 '붕괴 직전'임을 경고하는 의료 현장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응급의학과는 전공의가 차지했던 포션이 50% 이상으로, 타과보다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응급 환자 중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1분, 1초'가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최근 "현장은 정말 시급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응급의료체계를 두고 전혀 다른 두 진단이 나온 것.
[의협신문]은 일반인이 응급의료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인 '종합상황판'을 들여다 봤다. 전국 의료기관 중 언론을 통해 '진료 축소·중단', 의료진 사직 소식 등이 전해졌던 응급실의 '상황판'을 열람했다. 기준은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가 응급의료현장을 방문한 9월 3일로, 시간은 비교적 근무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3시로 잡았다.
종합상황판은 국민들이 증상에 맞는 응급실을 찾을 수 있도록 해당 시점의 병상 현황 및 진료가능 여부 등을 표시한 것으로, 의료기관의 신청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진료불가' 메시지는 따로 모아볼 수 있도록 돼 있다. 너무도 많은 '불가' 메시지에 그간의 메시지가 누적된 것처럼 보이지만 웹상에서 보이는 모든 메시지는 '현재' 기준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7일 9월부터 천안 순천향대병원과 단국대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정상화'된다고 밝힌 바 있다. 9월이 막 시작된 시점. 현장은 '정상화'됐을까?
응급실 문제가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작. 천안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산부인과 분만·산과수술·부인과수술이 모두 불가한 상태였다.
영상의학과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응급실 영상의학과 진료·응급수술이 성인과 소아 모두 불가함을 알렸다. 안과 역시 의료진 인력 부족으로 전안부(각막), 성형안과, 녹내장 진료·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충청남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천안 순천향대병원은 지난 7월 중순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서를 제출, 축소 운영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천안의 또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단국대병원. 대통령실이 예고했던 '정상운영'과 달리 '비상근무체계 운영으로 환자 수용이 어려울 수 있다. 사전 연락 후 이송바란다'는 메시지가 9월 3일 오후 2시 48분 떠 있다.
비뇨의학과, 소아과 등에서 인력부족으로 환자 수용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도 살아있었다. 특히 이비인후과의 경우, epistaxis·tonsillitis 등 단순 진료도 불가하다는 덧붙임 메시지도 함께 나와 있었다.
단국대병원은 7월 천안 순천향대병원에 이어 응급실 '비상진료체계'운영 돌입 소식을 알린 바 있다. 과로로 인해 1명이 병가에 들어가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이 운영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당시 병원은 타과 전문의를 투입해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응급의료센터를 축소 운영 중인 세종 충남대병원. 상황판을 통해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성인응급실 야간 진료가 불가함을 알리고 있다. 피부과의 경우 응급실 내 진료가 어려워 이송을 자제해달라고 했고, 신경과는 의료진 부족, 정신건강의학과는 폐쇄병동 부재로 입원 불가, 소아정형외과는 응급실 진료가 어려울 수 있어 사전 연락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세종 충남대병원은 지난달부터 응급의료센터를 축소운영해 왔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12명 중 1명이 사직하면서 9월부터는 주간에만 성인응급실을 운영하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사이 야간 진료는 중단키로 했다.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 최근 4명도 추가 사의를 표명해 비상이 걸렸던 아주대병원. 아주대병원의 경우 가장 최근 메시지로 '내과 중환자실 침상이 없다'고 알렸다.
목요일 진료 축소사실도 전했는데 16세 이상 성인은 CPR환자만 수용이 가능하고, 수·토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소아응급실 진료 불가 사실과 안과 전문의 부재로 안과 질환·안구외상환자 진료가 불가하다고 알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가 3일 현장을 방문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방문일 오전 9시 30분, 응급실이 전문의 1인 진료로 119 전원 이송전 수용여부 확인이 필수라는 메시지가 떴다.
야간 심정지 환자가 불가하고, 일부 임상과 추적환자만 가능해 반드시 사전 연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9월 1일 등록된 응급투석·수족지접합·저체중출생아·안과적 응급 수술 등에 대한 '불가능' 메지도 여전히 떠 있시었다.
응급의학 전문가는 해당 메시지가 현실의 절반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현장 상황을 100%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어 종합상황판 자료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상황판을 과대평가한 것과는 또 상반되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장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신청을 하면,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해당 메지가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면서 "해당 병원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 병원 차원에서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만 보고 이송을 하지 못하는 구급대의 어려움은 여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9월 2일부터 응급의료체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9월 2일 부터 정상화된다? 자기들이 할거냐?"면서 "미쳤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사도 응급실 대란에는 '속수무책'…"병원 대기 걱정 없을 '당신'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의사' 역시 응급실 대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 증언도 나왔다.
조승국 전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3일 개인 SNS를 통해 할머니가 겪은 '전원 불가' 사연을 올렸다.
조승국 전 공보이사의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대퇴골 골정이 됐다.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입원 중 혈압이 떨어졌고 CRP가 19까지 상승했다. 추가적 검사를 위해 3차 병원 전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전원 가능한 응급실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
"전원 가능한 주변 병원이 없었다.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대기와 부족한 인력으로 허덕이는 상태였다"며 "결국 중환자실이 없는 우리 병원으로 모셨다. DNR을 작성하고, 내 앞으로 입원을 하도록 했다. 직접 Echo를 보고 내과 동기들과 상의해 지금 이 순간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전 이사는 "의사인 나도 이런데 주변에 아는 의사 한 명도 없는 사람들의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면 얼마나 절망적일까 싶다"고 한탄하면서 "병원 대기 걱정은 없을 '당신'은 정말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우리 할머니 혹여 안 좋아지시기라도 하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분노 섞인 한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