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교수 49명 실명 걸고 "의대정원 증원 중단하라"

원로교수 49명 실명 걸고 "의대정원 증원 중단하라"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9.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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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외면한 의료개혁 걱정하는 원로교수들 시국선언문 발표
"의대생 전공의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명분 만들어야" 강조

ⓒ의협신문
ⓒ의협신문

명예교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국 원로교수들이 실명을 내걸고 현 의료사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미래 의료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49명의 원로 교수는 '국민을 외면한 의료개혁을 걱정하는 원로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5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단순히 의대 교수뿐만 아니라 고일두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건축학),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 조항범 충북대 명예교수(국어학) 등 타과 교수들도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의학한림원장을 지냈던 임태환 교수, 대한의학회장을 역임했던 장성구 교수, 초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지냈던 허대석 교수 등 주요 의학회장을 지내거나 진료과 영역에서 명의로 알려진 교수들이 49명 명단에 기꺼이 이름을 올렸다. 허대석 교수는 시국선언문을 개인 SNS에 공유하며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의료를 공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더했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호소'라는 말로 시작하는 시국선언문에 따르면, 원로 교수들은 "현재 의료위기는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응급의료, 필수의료, 그리고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못 박았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는 높은 의료분쟁 위험과 낮은 보상 때문이고 지방에 의사들이 부족한 이유는 인구 감소와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병원 선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응급진료를 위해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 역시 의료분쟁 책임 등 복잡한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원로교수들은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은 의대생 증원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결정은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대학총장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이는 생명을 다루는 교육이 소홀히 여겨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학교육의 질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라며 "학생 수가 65%나 늘어나면 이에 맞춘 교육 시설, 교육인력 확충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환자 진료로 바쁜 교수들은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병원 규모도 한계가 있어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법적, 제도적,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았다고도 했다.

원로교수들은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 등과 협의했다고 하지만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거나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중요한 정책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된 것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자,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대 정원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할 우수인재들이 의학 분야에만 몰리게 되어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체계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명분'이 필요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원로교수들은 "현재 의료 위기는 단순한 의사 파업이 아니라 정부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에 실망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사와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을 포기한 결과"라며 "이는 곧 의료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병원이 유지되는 이유는 전문의와 교수들이 환자를 돌보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추진 중인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며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국민을 외면한 의료개혁을 걱정하는 원로교수 발기인(가나다 순)

▲강윤구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고윤석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고일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건축학) ▲김경효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김성규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김시영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우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정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중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종학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김현집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효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경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병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선양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영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백승연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서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성명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성진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손대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신희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오승택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유석희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윤병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경자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미애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상범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이순남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승주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종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춘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임태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장성구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장학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선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전용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정성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정현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정화순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조문준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조보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조항범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국어학) ▲최윤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허대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황영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황용승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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