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력 지속, 공보의 수는 '뚝'…대공협 "처우 개선에 지자체·정부 나서야"
나날이 줄어드는 인원에도 의료취약지를 지켜온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의 업무 부담이 우려되는 와중, 공보의를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은 공보의들의 처우개선과 더불어, 전공의 사직에 따라 대학병원으로 차출된 공보의들을 본래 근무하던 의료취약지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
대공협이 9일 밝힌 사건의 본말은 이렇다.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근무하는 한 공보의는 5년간 검사를 받지 않고 비뇨의학과 약을 복용해 온 환자에게, 비뇨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진료받고 소견서를 받아와야 약 처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수십년째 동일한 약을 복용했으니 빨리 약을 달라며 언성을 높이고, 차키를 책상에 연거푸 내리치기도 했다.
공보의가 처방이 어려움을 거듭 설명하자, 가해 환자는 "너 나와봐"라며 공보의의 어깨를 잡아끌고 밀쳤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왔을 때도 이 환자는 '(자신이)경찰 집안이고 수사과장과도 친하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공보의를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성환 대공협회장은 "당시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더 큰 폭행이나 피해로는 이어지지는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이 적용된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런 사례가 지속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벽오지에서 근무 중인 공보의들의 안전을 위한 지자체와 당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가 늘어나며 공보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공보의는 716명으로, 지난해 1114명 대비 35.7% 줄었다. 와중 의료대란으로 인해 공보의들이 대학병원으로 차출되며 의료취약지에 남은 공보의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공협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정선군은 현재 보건소 1곳과 보건지소 9곳을 단 3명의 공보의로 운영하고 있다.
이성환 대공협회장은 공보의의 업무 부담을 우려하며 "현 의료사태로 파견 또는 차출된 공보의들을 본 근무지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력 사건 또한 지역 공보의들이 무리한 순회진료에 동원된 탓에 환자와 라포를 쌓기 어렵고 환자 불만이 증가한 것을 요인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