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대표 "의제 제한해선 안 돼" 내년 정원 논의 가능성 열어
vs 대통령실·정부, 2025학년도 증원 재논의 불가 입장 고수
임현택 회장 "의·당·정·대통령실 단일안 없인 협의체 참여도 없다"
정부가 2026년도 의대증원 논의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의 합리적·단일한 입장'을 요구한 가운데, 정작 정부와 여당, 심지어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단일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의료계는 2025년, 2026년 의대 정원 재논의을 포함한 의·당·정·대통령실의 단일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 "입장이 다르니 만나서 대화하는 것 아닌가. 협의체 출범을 두고 전제로 '뭐는 된다, 안 된다' 이런 것은 없다"며 "의제를 제한해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의 참여를 막아선 안 된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도 협의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모여서 무슨 논의를 못 하나. 상황을 중재하는 입장에서 저희가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내세우면 안 된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관한 것인데 좀 더 마음을 열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시 가능성을 열었다.
여당 대표가 나서, 모든 논의 가능성을 열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 반면 정부는 아직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 가능성은 닫아두고 있는 상태다. 전국 대학별 수시전형이 시작된 만큼 현실적으로 규모 조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역시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대표의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 가능성 언급과 관련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호소라고 생각한다"며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는 불가함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도 관계자의 입을 통해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수시 접수가 시작됐고, 교육부에서도 대입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의체가 가동을 앞둔 만큼,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최대한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2025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와 의대증원 '백지화'에 대해서는 수용이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실의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 문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일부터 대학 수시 모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계시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봐도 2025년도 증원을 수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2026년도 정원에 대한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주시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 불가와 의료계의 단일안을 전제로, 2026년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함을 밝힌 정부와 발을 맞추고 있는 것. 하루도 채 안 되는 사이 당 내에서 커다란 입장 차이가 나온 탓에 한동훈 당대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두고 "2025년 정원 논의 개방, 2026년 정원 합리적 추계,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 차관 문책 이 세 가지가 문제 해결의 길이라는 민주당의 입장을 한동훈 대표가 모든 의제 논의로 수용했다"고 해석했다.
김민석 위원은 "문제는 한동훈 대표의 입장을 대통령이 사실상 무시한다는 것"이라면서 "수용인지, 방관인지, 판 깨지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애매모호, 왔다 갔다다. 겸상조차 못하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무슨 수로 의료계를 원탁에 앉히겠나? 내전중인 정부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풀고 대란을 막겠느냐?"고 비판했다.
"말정치가 아닌 결과 정치가 여당 정치다. 한동훈 대표는 오늘 당장 용산을 찾아 대통령의 해결 의지 확답부터 받아오라"고도 덧붙였다.
의료계는 2025년, 2026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를 포함한 여·야·정, 대통령실의 합리적 단일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2025년도 원점 재검토는 불가능하고, 4567명 교육은 가능한가?"라며 "의협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여야정의 합리적인 단일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일부 언론에서 국민의힘과 의협이 만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논의한다고 한 데 대해 직접 "명백한 오보"라면서 "여·야·정부·대통령실이 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의대 증원 정책을 '잘못된 차선에 들어와 역주행한 격'으로 비유, 경고메시지도 덧붙였다.
임현택 회장은 "역주행을 바로 잡는 유일한 길은 계속 잘못된 길로 역주행 하는게 아니라 잘못된 길이라는걸 알아챈 순간 즉시 바로 잡는길 뿐"이라면서 "계속 고집스럽게 역주행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