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줘 고맙다더니"...추석진료 병의원 '불시점검' 예고

"문 열어줘 고맙다더니"...추석진료 병의원 '불시점검' 예고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1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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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보건소, '문 여는 병원'에 문자..."근무일·의사 정원 준수" 요구
전화·현장 불시점검 예고..."전화 미수신시 미근무 간주" 겁박?
"의료기관 선의에, 협박으로 화답" 비판 목소리...의협 대응 나서

ⓒ의협신문
ⓒ의협신문

서울 모 보건소가 추석 연휴 환자 진료에서 나서기로 한 이른바  '문 여는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실제 진료여부를 확인하는 불시점검을 예고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긴급재난기금 지원에 따라 실제 병의원들의 이행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는데, 해당 병원들은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휴일 진료를 감행키로 했던 것"이라며 "의료인의 선의에, 협박으로 화답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 A보건소는 이날 추석 연휴 진료에 참여키로 한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근무일 운영시간 준수'를 당부하며, 진료 예정일자에 불시 전화 또는 현장점검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추석연휴 문 여는 의료기관으로서 근무일 운영시간을 반드시 준수해달라. 근무일에 전화 점검 또는 불시 현장점검 예정이며, 전화 미수신시 미근무로 간주될 수 있다. 아울러 의료기관 의료인 정원 기준 준수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추석연휴 진료에 참여키로 한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당초 약속했던 근무일에, 의료기관 의료인 정원에 맞추어, 실제 진료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불시에 점검할 계획이라고 사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문자를 받은 지역 의료기관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 국민이 쉬는 명절 연휴에도 환자를 위해 진료에 나서기로 한 의료기관에 근무일 준수, 정원 준수, 불시점검 등을 내세워 겁박하는 것이 말이되느냐"는 비판이다.

해당 보건소는 서울시가 추석연휴 의료불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긴급재난기금 사업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확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추석연휴 기간인 16~18일 문을 여는 병원에 긴급재난지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금은 하루 4시간 진료시 30만원, 8시간 진료시 50만원, 밤 10시까지 연장진료시 추가 50만원 등 일일 최대 100만원이다. 

추석연휴 의료대란 위기가 커지자 서울시가 긴급편성한 사업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서울시청과 사업참여 기관 추가모집을 협의하기도 했는데, 대정부 투쟁 중인 상황이라 그 적절성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비판이 일자, 협업을 취소하는 혼란이 있었다.  

이번에 안내 문자를 받은 기관 가운데는 서울시 지원사업과 무관하게 휴일 근무를 예정하고 있던 곳도 있다. 애초에 지원금을 받고자 진료를 결정한 것이 아닌데도, 이런 혼란의 과정에서 강압적인 불시 점검 대상이 됐다. 

연중무휴(365) 의원을 운영 중인 B원장은 "애초에 지원금을 신청한 적도 없다. 연중무휴 의원이라 환자와의 약속 때문에 이번 추석에도 문을 여는 것인데, 이런 식의 협박문자를 받으니 너무 불쾌하다"면서 "이런 식의 취급을 받아가며 문을 열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B원장은 "병의원 강제동원 논란이 일자 서울시의사회에서 사업을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후 사업 재개사실을 알리지 않아 결국 일선 개원의들이 돈만 밝히는 의사처럼 여겨지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C원장은 "연일 브리핑을 통해 추석연휴 진료에 참여하는 병의원들에 감사하다고 강조하더니, 의료기관들의 선의에 대한 화답이 또 다시 협박으로 돌아왔다"면서 "의료인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 정부의 태도는 눈꼽만큼도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민원을 접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해당 보건소와 직접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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