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공휴일 지정에 상당수 '정상진료' 선택
복지부 "환자 본인부담금, 평일과 똑같이 받아도 무방"
정부가 내수 진작 차원에서 다음 달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일선 개원가부터 대형병원까지 상당수가 평소와 같이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이지만 임시공휴일인 만큼 수가와 인건비에서 변화가 따른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대형병원은 다음 달 1일 예정된 임시공휴일에 쉬지 않고 진료할 예정이다. 진료가 '예약'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특성상 휴일을 한 달 앞두고 지정된 상황에서 예약 환자 일정 조율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병원은 10월 1일 임시공휴일 정상진료 소식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일선 개원가도 "임시공휴일이 급작스럽게 지정됐다"며 휴식보다는 진료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대신 오전만 진료하는 등 진료 시간을 단축하는 모습이다.
원래는 평일이지만 정부가 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10월 1일에는 30%의 공휴가산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사전 예약 환자를 진료할 때는 공휴가산을 적용해 급여를 청구하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평일과 같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라며 "의료법에 따른 영리목적의 환자 유인·알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공휴가산에 따라 본인부담금도 오르면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사실 본인부담금 할인은 의료법에 반하는 사안이지만,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 갈등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편법을 권장하고 있는 셈.
이를 놓고 대한의사협회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27일 "국민 분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생색을 내면서 의료계에 또 한 번 희생을 강요하는 저급하고 몰상식한 행정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정한 임시공휴일에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받아야 할 추가 진료비를 마치 부당이득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추가로 발생하는 환자 본인부담금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휴일이라 진료비를 가산할 수 있지만 직원에게 임금도 더 줘야 한다. 직원이 5명 이상이라면 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근무 시간이 8시간 이내라면 통상임금의 50%, 8시간이 넘어가면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하면 된다. 이에 따라 8시간 일하면 통상임금의1.5배, 8시간을 넘으면 2배를 지급해야 한다.
직원과 합의를 거쳐 임시공휴일을 다른 휴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다만 휴일대체는 적어도 24시간 전에 통보해야 해야 한다. 여기서 직원이 5인 미만이라면 임시공휴일을 유급으로 한다는 별도 규정이 없는 한 무급으로 처리해도 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휴일, 즉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은 법정휴일로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명백한 '휴일'이다. 다만 국경일이나 공휴일을 휴일로 할지는 회사 규정이나 관행에 따라 다르다.
취업규칙·단체협약·고용계약서·근로계약서에 주휴일·근로자의날 외에 쉬는 날을 '약정휴일'로 포함하는 것에 따라 주휴수당 지급 여부가 달라진다. 특히 공휴일의 종류를 특정하고 있다면 갑자기 정해지는 임시공휴일은 휴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서울에서 여성의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정부가 선심 쓰듯 임시공휴일을 지정하지만 9월 추석 연휴에다 10월도 개천절, 한글날 등 쉬는 날이 많은 상황에서 임시공휴일까지 휴진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라며 "느닷없이 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사실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