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10월부터 상급종병 구조전환 시범사업 추진 발표
"지금이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모든 정책 철회하라"
보건복지부가 당장 다음달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범사업 시행을 공표하자 대한의사협회는 "현실감 없는 제도"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의협은 27일 "상급종병 구조전환 시범사업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중환자 개념도 없고 사업 추진 시 예상되는 의료현장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감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상급종병 구조전환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했는데 상급종병이 중증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중심의 수가 인상과 성과보상에 연간 3조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상급종병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일반병상 비중을 최대 15%까지 감축하며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단기간에 시범사업 내용을 설계한 탓인지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감 없는 정책"이라며 "당장 내년 전문의 배출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상급종병을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 중심의 병원을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능을 망각한 채 만들어낸 졸속 시범사업임을 정부 스스로 방증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면서 정작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고 있던 전공의의 자리를 간호사로 대체해 간호사가 전공의보다 더 숙련된 전문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는 대학병원 존재 이유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공개한 내용 중 '중환자' 개념도 모호하다고 했다.
의협은 "중환자 개념을 상급종병 적합질환자로 정의하려고 했지만 단편적이고 모호한 예시만 제시하고 있다"라며 "광범위한 전문과목에서 고도의 의학적 전문성을 동원해야 가능한 일을 정부가 급조하는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TF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상급종병 기능 재정립은 합리적인 중증 분류체계부터 선행돼야 했음에도 정부 멋대로 일부 재정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수가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의료계의 자생만으로 강요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모든 전문과목에서 공평한 진료의 기회가 주어졌던 수련환경을 파괴하고 일부 진료과목 몰락을 부추기는 정책이 졸속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더했다.
의협은 "지금이라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책을 철회한 후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환자가 진정 믿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