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아·태 60개 병원 참여…다국가·다기관·다학제 임상연구
1∼2기 췌장암, 기존 수술 후 항암치료 vs 선행 항암치료 후 성과 비교
예후가 가장 나쁜 암으로 손꼽히는 췌장암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가·다기관·다학제 국제 임상연구(NeoFOL-R)가 추진된다.
한국췌장외과학회(회장 장진영·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간담췌분과위원원회(위원장 이명아·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가 주관 책임을 맡아 공동으로 진행하는 NeoFOL-R 연구는 대만·호주·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60여개 대학병원과 암센터가 참여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췌장암 사망률은 폐암·간암·대장암에 이어 4위를 기록, 위암을 추월했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7∼2021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1%인데 비해 췌장암은 15.9%로 가장 낮았다.
보건복지부 암정복 추진사업의 주요 과제로 선정된 이번 연구는 2028년 12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총 1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한다. 수술이 가능한 1∼2기 췌장암 환자 약 609명을 대상으로 기존 표준치료인 '수술 후 항암치료'와 새로운 프로토콜인 '선행 항암치료 후 수술'의 치료성과를 비교분석할 계획이다.
췌장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 발견과 수술. 하지만, 췌장암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약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항암제 개발로 수술이 불가능했던 진행성 췌장암 환자 중 선행 항암치료 후 수술이 가능한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연구는 1~2기 췌장암 환자들에게 선행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통해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에 사용하는 항암제 폴피리녹스(FOLFIRINOX)는 국내외에서 표준 췌장암 치료 시 사용하고 있다.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1~2기 췌장암에서 선행 항암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공동연구팀은 NeoFOL-R 연구를 통해 췌장암 선행 항암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다.
장진영 교수는 "폴피리녹스를 이용한 선행 항암치료는 진행성 췌장암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됐지만, 1~2기 췌장암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부족해 국내에서는 보험 적용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항암제를 적용하고, 신속한 검사와 치료 일정을 제공하는 내과·외과 협력 프로세스를 통해 췌장암 치료 성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주관하며, 삼성서울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 안암병원·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분당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이 참여한다. 부산대병원·계명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 등 지역거점 암센터도 연구에 동참하고 있다.
공동연구기관은 공통된 연구 및 치료 지침을 적용, 췌장암 환자에게 일관된 치료법을 제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