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의대 김창민 학생회장, 1인 시위 눈길
"다친 의대생 마음 돌리는 첫 단추는 사과" 호소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던 한 의대생이 혈혈단신으로 대통령실 앞에 섰다. 그는 교육부를 향해 "망쳐놓은 의료교육, 책임지고 정상화 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이기도 한 김창민 학생(32, 본과 2학년)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서며 정부를 저격했다.
김창민 학생은 "40개 의대 학생 중 한 명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의대증원을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졸속으로 일방 추진하는 정부를 보며 화가 많이 났다"라며 "학생이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 수단인 휴학계 제출까지 하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지만 지난 6일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더이상 함구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표면으로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라며 1인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의 휴학이 장기화되자 조건부로 허용한다는 발표를 하며 의대교육 5년으로 단축 등의 대책을 내놨다. 내년 3월에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 또는 유급이라는 강경책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김창민 학생은 "어째서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지는 장관이 학생을 향해 강요와 협박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했다"라며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을 국가 보건의료에 기여할 양성해야 할 인재들로 존중하지 않고 그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항세력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가 한 모든 발언에 대해 해명할 게 아니라 꼭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공부할 동기를 잃었다"라며 "그 동기를 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의 첫걸음은 교육부 장관의 솔직한 사과다. 사과가 있으면 학생들 마음을 어느정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대정원 증원 후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에 의대생들은 공부할 동기를 잃었다는 게 김창민 학생의 주장이다.
그는 "의대생들은 그냥 매일 잠 못 자가며 매주 시험을 치는 순수한 의학도였다"라며 "힘든 과정을 버티는 것도 직업에 대한 사명감, 보람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무계획, 무대책, 무대포 3무로 밀어붙이는 정책을 보며 더블링 그 이상 몇 곱절 늘어난 인원을 수용할 강의실, 실험실 등은 도대체 어떻게 언제 마련할 것인지, 교수를 어디서 모셔올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의학교육의 질이 마구 떨어지는 것을 보며 스스로는 환자와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는지 회읨감이 들고 공부할 동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김창민 학생이 요구는 일관됐다. 교육부 장관의 진심어린 사과. 이것이야 말로 다친 의대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힘든 게 다친 마음을 돌리는 것"이라며 "첫 단추가 교육부 장관이 사과이고 사과는 진심을 담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선배 의사들을 향해서는 "더이상 정부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찍어 누르듯이 의대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폭압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 당국은 빠른 시일 안에 의대 교육을 정상화 시킬 방법을 마련해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 달라"라며 "의대 현장에 와서 학생과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보고, 더 늦지 않게 상황에 맞는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