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세 개 연구 분석 결과…적절한 데이터·현실적 가정·의료시스템 개선 반영 못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추계 연구, 과학적 분석·사회적 합의 거쳐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가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며 정부에 자중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사 수 추계 연구는 과학적 분석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17일 '의사 수 추계 연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통해 "추계 연구에 적용하는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같은 연구 모형 내에서도 추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 1만 명 또는 2만 명 등 특정 결과가 나타나는 모형만 취사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이들 세 개 연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연구자들의 의견을 숙지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의 근간이 된 세 개 연구(신영석·권정현·홍윤철) 모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인력 공급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져 있다. 급속도로 상승하는 국민 의료비와 고갈되고 있는 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개선된 의료 정책의 효과를 감안한 시나리오를 도입하여 새롭게 추계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참고했다는 세 개 연구 모두 진료가능일수는 공휴일·일요일·토요일을 제외한 연 265일을 기본으로 했다. 토요일 진료가 일상화되고, 공휴일에도 문을 열어야 하는 개원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신영석 등의 연구는 근무일수를 240일과 255일을 가정해 추가로 결과를 산출했다. 의사 1인 근무량을 현재의 80∼120%로 각각 나눠 추계했을 때 2035년 의사 부족 4만 9천명부터 반대로 과잉 1만 7천명까지 편차가 큰 결과가 나타났다"며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추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2035년 의사 부족 1만여명, 2050년 의사 부족 2만 2천여명으로 나타난 권정현 등의 연구와 관련해서는 "현재 학력별 의료서비스 이용 수준을 근거로 향후 우리나라 국민의 학력 변화를 반영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3년까지는 의사 부족이 나타나지 않았고, 2050년 의사 부족 1만여명으로 산출됐다"면서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의사수 추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아울러 "홍윤철 등의 연구에서는 2030년 면허 취득자부터 30% 정도가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경우 2035년 의사 부족 수는 3천여명으로 낮게 산출됐다"며 "추계 연구에 적용하는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같은 연구 모형 내에서도 추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3개 연구 저자들 모두가 본인의 연구 결과를 한꺼번에 2천명 증원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했다"고 언급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지금이라도 과학적인 분석과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하는 수급 추계·조정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정부의 태도 변화는 다행스런 일이나, 도입할 추계 변수와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추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결과를 평가하는데 해당 직역의 전문가로서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이렇게 도출된 결과가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급추계기구의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