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의료개혁 명백한 실패"
"필수과 기피 막으려면 의료사고 환자 보상·의사 소신진료 보장해야"
10년 뒤 전문의 2천 명을 늘리기 위해 현재의 중증 환자 수만 명을 희생시키는 정책은 명백한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지난 9개월간의 골든 타임을 허송세월하면서 환자들을 위한 실제적인 대책 없이 2천 명 의대 증원 만을 초지일관 고집했고, 중증 환자 진료의 필수 인력인 전공의들을 복귀시키는데 실패했다"고 직격했다.
"2∼6월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한 암 수술은 16.3%(1만 1181건) 감소(빅5 29%, 8392건)했으며, 심장·장기이식 수술 등 중증 환자 진료 역시 비상사태"라고 밝힌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정부는 전공의 복귀없이 중증 환자 수술 건수를 회복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책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전공의가 복귀하도록 의료개혁 추진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소위 필수과의 경우 본인 전공 과목을 진료하지 않는 비율이 38.7%에 이르고 있다"고 밝힌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이후 기피과를 비롯한 모든 과에서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었으며 필수과 전공 의향도 감소했다"면서 "2025년 신입생부터 새로 교육을 해서 10년 뒤에나 필수과 의료진을 배출하겠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10년 동안 필수과를 방치하겠다는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열린 토론회에서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열성 경련 아이가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없어 제 때 진료받지 못한 사례를 필수과 의료진 양성이 필요한 이유로 든 것과 관련해 "이는 애초에 소아과 의사가 소신껏 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소아과 의사가 소신껏 교과서적 진료를 했다 해도,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왜 소아신경 전문의도 아니면서 환자를 치료했는가'라는 비난과 법적 책임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도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서 "그와 같은 환경에서 의사 수를 늘린다고 기피과 의사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현재 중증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기존 전공자들이 필수과 진료로 복귀할 수 있는 대책을 최우선으로 실시해서 중증 환자들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것"이라면서 "필수과 진료를 소신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인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향후 마련될 제도는 불의의 사고를 겪은 환자에 대한 보상과 의료진의 소신진료 모두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이여야 하며, 이렇게 되었을 때만이 환자와 필수과 의료진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소신진료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과 기피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