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따라 다른 기전 작용…여성, 유전적 부담 내성 높아 자폐 발병·중증도 낮아 '성차 의학' 기반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동아시아 최대 유전체 분석 연구결과 [Genome Medicine] 발표
자폐는 성별에 따라 유전적 원인과 차이가 있다는 유전체 분석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폐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인 신경 발달장애다. 남녀 유병비율은 4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잘 나타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의 성차에 관한 기존 연구는 북미·유럽인 위주로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안준용 고려대 교수·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연구단장, 도나 웰링 위스콘신대학교 교수·유전학과)은 성별에 따른 자폐의 유전적 원인과 차이를 규명한 연구결과를 [Genome Medicine](IF 15.26)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폐성 장애 673가구(2255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 성별 특이적인 자폐 위험 유전자를 발굴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남성 자폐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 소통을 담당하는 시냅스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
여성 자폐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히스톤에 영향을 미치며 서로 다른 기전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폐 여성은 자폐 남성보다 단백질 기능을 손상시키는 '단백질 절단 변이'가 더 많았다.
자폐성 장애인 가족 내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자폐 양적 유전점수가 더 높았다.
전체적인 자폐 발생률이나 중증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다. 이는 여성이 자폐증의 유전적 부담에 대한 내성이 크다는 기존 북미·유럽 연구 결과와 동일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번 연구는 기존 북미·유럽 유전체 데이터에 의존했던 자폐 연구에서 더 나아가 한국인 자폐 관련 유전적 차이를 처음으로 분석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성별에 따라 다른 자폐 발생 기전이 작용한다는 가능성을 제시, 유전체 연구에 기반한 '성차 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이번 연구는 향후 자폐성 장애인의 성별을 고려한 맞춤 치료와 자폐증 조기 발견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자폐 유전자가 남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면서 "자폐의 원인을 밝히고 개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의료를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용 고려대 교수는 "한국인 자폐 및 신경 발달장애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로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 성차의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북미·유럽에 집중된 자폐 유전자 연구에서 한국인 자폐 환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유전적 원인을 밝혀냈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고려대 인성(仁星) 사업의 지원 속에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와 협력을 통해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