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위태로운 긴급상황에서 응급환자는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를 구별할 수 없을텐데요?"
의사 면허제도가 필요없다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에게 1978년 열린 그의 '메이요클리닉 강연'에서 사회자가 되물은 질문이다. 이에 대한 밀턴 프리드먼의 대답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다트를 던져서 의사를 고르지 않는다. 면허 제도가 없어도 좋은 의사를 골라낼 것이다. 의사면허 말고도 좋은 퀄리티의 의사라는 걸 입증하는 방법은 많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하버드의대를 졸업했다는 것으로 좋은 의사인지 사람들은 판단할 수 있다. 메이요클리닉에서 근무하는 의사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하버드나 메이요클리닉이라는 브랜드를 보고 좋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그렇지 않나. 소비자는 자동차의 세세한 구조를 모르지만 브랜드를 신뢰하고 산다."
면허제도가 오히려 저질 의사를 양성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보고 선택한다면 의료기관은 자기 브랜드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쓸 것이고 그 사회의 의료서비스 질은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프리드먼에게 면허제도는 무분별한 무자격자의 시술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안전 장치가 아니다.
미국의사협회(AMA)를 비롯한 '의료계 카르텔'이 의사들의 이익을 위해 의사 수를 통제하려는 반시장주의적인 불공정한 규제 수단일 뿐이다. "이건 의사들도 인정하는 거다. 의사가 아닌 의료기사 중 의료행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면허 제도는 이런 의료기사의 완벽한 의료행위를 다 불법으로 규정한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미국의 대세 경제이론으로 케인즈주의가 부상했지만 케인즈주의 역시 다른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었다.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미국은 케인즈주의에 피로감을 느꼈다. 프리드먼은 이런 케인즈주의 단점을 공격하며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은 예전 애덤스미스와 같은 고전주의 경제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이므로 모든 것을 그냥 시장에 맡겨두자"고 말한다. 국가는 가능한한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현실 세계 정부들은 그의 이론을 수용할 수 없었다.
적지않은 경제학자들은 "밀턴 프리드먼의 말은 경청할 가치가 있지만 그대로 하면 큰일난다"라고까지 비아냥대는 배경이다.
현실 세계에서 무한한 재화는 거의 없다. 하버드나 메이요클리닉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역시 한정적인 재화다. 모든 환자가 메이요클리닉에서 진료받을 수 없다. 재정적이나 지역적 형편 탓에 하버드나 메이요클리닉에서 진료받지 못한 환자들은 검증되지 못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진료능력이 전혀 없는 사이비 의사에게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면허제도가 없던 과거에 무수히 벌어졌던 일이다.
사기꾼에게 걸려 자동차를 잘못샀으면 손해는 금전적 손실로 한정된다. 의료는 자동차와 달라 자칫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환자에게 입힐 수 있다. 자동차는 최악의 상황에서 물어주면 그만이지만 생명과 건강은 한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인 '재화(?)'다.
면허제도는 이들이 입게 될 불가역적인 손해를 막아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50여년전 한 경제학자의 철지난 강연이 뜬금없이 2024년 한국에 소환된 배경은 대통령의 참모진에 대한 지시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으로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처우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그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의사들에게 설득해보자"고 지시했다고 한다.
의사면허 제도를 없애자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 2024년 한국의 의료대란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사실 가늠조차 안된다. 대통령의 저런 말을 들으면 사태 해결책은 고사하고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나온지 1년여가 다 되간다. 속수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