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류마티스학회, '강직성 척추염의 날' 행사…"조기진단 중요"
디스크·근육통 오인 진단에만 수 년 걸려…회복할 수 없는 장애 유발
류마티스내과 환자 생물학적제제 약물유지율 높아…우울증 등 동반질환 유의
"강직성척추염은 류마티스 질환입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6회 '강직성척추염의 날'(11월 1일) 기념식을 열고, 디스크·단순 근육통으로 오인돼 진단에만 수년 걸리는 상황을 짚고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 의한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강직성척추염은 주로 비교적 젊은 나이의 남성에서 흔하게 발병한다. 보통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허리·골반 통증을 겪다가, 질환이 진행되면 척추 강직으로 이어져 통증과 더불어 운동 범위가 줄어들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만성 류마티스 질환이다. 특히 디스크나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돼 진단받는 데 수년이 걸리며 이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입는 경우가 잦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뿐만이 아니라 흉통, 아킬레스통증, 눈의 포도막염, 장염, 말초관절염 등의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며,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확진받을 수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질환의 인식개선을 위해 2019년부터 매년 11월 1일을 '강직성척추염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이 겪는 우울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2019년)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25.1%에서 우울감·무력감을 호소했으며,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는 5%였다. 이는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일반인보다 1.5∼2배 정도 우울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강직성척추염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은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 증가,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로 인한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 때문에 우울감·우울증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강직척추염을 포함한 만성 염증성 질환자에서는 우울 증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진하고 선별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우울증이 의심될 때는 적극적으로 전문가(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도록 권장한다.
민홍기 건국의대 교수(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최신 가이드라인에서도 치료방법 결정시 환자·의사 공동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라면서 "환자는 본인의 정신건강학적 문제를 포함한 불편사항에 대해 주치의에게 상담하고, 주치의는 이에 대해 전인적 치료를 위해 적절한 협진 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제제 사용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강직성척추염 치료에서 생물학적 제제(특히 TNF-α 억제제)의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35%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약제가 출시될 때 강직성척추염에 대한 기본 지식과 다양한 약물 비교를 통한 적절한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구본산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류마티스내과)는 "류마티스내과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약물 유지율이 타과 대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약물 유지율은 특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약물유지율은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치료 편리성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데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적인 사용, 환자의 적절한 관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구본산 교수는 "일부 국가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의 처방을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생물학적 제제의 복잡성과 부작용, 정확한 진단과 모니터링의 필요성, 고비용 치료의 접근성이 중요하다"라면서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진단이 10년 이상 늦어져서 병이 진행된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강직성척추염이 류마티스 전문질환이라는 게 적극 알려져 전문가에 의한 진단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은 "학회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환우들이 통증과 장애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해마다 인식 증진을 위해 '강직성척추염의 날' 행사를 여는 만큼 젊은 나이의 남성에서 허리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행사 중에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기부금 전달식도 진행됐다.
송정수 대한류마티스학회장(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모든 환자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학회가 항상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