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관리 세계 최고"…변화 없는 유병률·환자 수 증가 '숙제'

"고혈압 관리 세계 최고"…변화 없는 유병률·환자 수 증가 '숙제'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11.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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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고혈압학회 "30년간 혈압관리 통한 국민건강 수준 향상 견인"
환자중심의료 기반 치료 지속성·고혈압 조절률 높이는 데 주력
20∼30대 고혈압 관리에 세심한 주의 필요…10명 중 3명만 치료

왼쪽부터 신진호 이사장, 편욱범 30주년준비위원장, 김광일 총무이사, 김현창 역학연구회장, 신정훈 학술이사.
왼쪽부터 신진호 이사장, 편욱범 30주년준비위원장, 김광일 총무이사, 김현창 역학연구회장, 신정훈 학술이사.

"고혈압 예방 관리 30년, 전세계가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인구가 1300만명에 이르며, 의료이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1150만명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1090만명이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고, 810만명이 지속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22년 기준). 고연령층의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높은 반면 20∼30대는 그렇지 못했다. 20∼30대 유병자(89만명) 중 의료서비스 이용 유병자(36만명)는 절반을 밑돌았으며, 지속적으로 치료받는 경우는 13만명에 그쳤다. 

고혈압 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전체 유병률은 큰 변화가 없으며, 고령화 영향으로 환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전체 고혈압 환자 가운데 40%는 단일제제, 2제요법(44%), 3제이상 병합요법(16%) 등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막연히 약을 추가하는 개념이 아니라 치료에 효과적인 병용요법에 대한 인식 전환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 대한고혈압학회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3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혈압 팩트시트 2024>를 통해 국내 고혈압 현황을 알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진호 이사장(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 편욱범 30주년준비위원장(이화의대 교수·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광일 총무이사(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신정훈 학술이사(한양의대 교수·한양대구리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홍보이사(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등이 참석했다. 

신지호 이사장은 "전국민 대상 건강검진으로 고혈압 진단율이 높아졌고, 접근성 높고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 수준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었다. 또 고혈압학회가 지난 30년간 정부,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과 협력하여 혈압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양한 고혈압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꾸준히 수행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라면서 "그러나, 지난 10여년 간 우리나라 고혈압 조절률이 아직도 뚜렷이 향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고혈압학회는 환자중심의료를 기반으로 치료지속성과 고혈압 조절률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학술활동 뿐 아니라, 고혈압의 전세계적인 질병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활동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세 이상 인구의 30%인 130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에서 남성이 720만명, 여성이 580만명, 65세 이상이 580만명을 차지한다. 

고혈압 유병자 중 인지율은 77%, 치료율은 74%, 조절률은 59%이며, 연령이 높을수록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0·30대 청년층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은 36%, 치료율은 35%, 조절률은 33%로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 수준이 빠르게 향상돼 현재는 1150만 명의 고혈압 환자가 실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1090만명이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으며, 810만 명이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다. 

고혈압 관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20∼30대 고혈압 관리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고혈압 유병자(89만 4000명) 가운데 지속치료를 안받는 인구가 75만 9000명에 달했으며, 의료이용 자체를 안 하는 인구도 52만 9000명에 이르렀다. 고혈압 인지율·치료율이 이전보다 소폭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10명 중 7명은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김현창 고혈압학회 역학연구회장(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은 "국제보건통계나 역학연구에서 우리나라의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세계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구 전체의 평균혈압이 가장 많이 감소한 나라로도 꼽힌다.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연령표준화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이 80%가까이 감소했는데, 여기에도 성공적인 혈압조절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 "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고혈압보고서>(WHO Global Report on Hypertension)도 우리나라를 고혈압 관리 모범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고혈압의 유병률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전체 고혈압환자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고혈압 예방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왼쪽부터 김대희 홍보이사, 김광일 총무이사, 편욱범 30주년준비위원장, 신진호 이사장, 김현창 역학연구회장, 신정훈 학술이사.

창립 30주년의 의미도 되새겼다. 

고혈압학회는 1990년 8월 현 대한심장학회의 전신인 대한순환기학회 산하 '고혈압연구회'가 모태가 돼 1994년 3월 17일 발기인대회를 열었으며, 1994년 6월 10일 창립 총회 및 기념학술대회를 통해 공식 출범을 알렸다. 

고혈압학회는 지난 30여년간 고혈압 관리를 통한 국민건강 수준 향상을 이끌었으며, 고혈압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고혈압 진료지침, 교과서 편찬, 개원의 연수강좌 등을 주도하고, 대국민 홍보를 위해 고혈압주간을 선포하고 전국 단위의 캠페인도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학회로서의 위상도 다졌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 고혈압 학술대회(APCH 2005), 2016년 세계고혈압학술대회(ISH 서울 2016)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학회로 발돋움했다. 학회 공식 학술지 <Clinical Hypertension>은 학술지 상위 25-50%에 해당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학술지로 자리매김했다. 

고혈압 분야 의학적 미충족 수요와 새로운 근거 창출을 위한 연구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창립 30주년 기념 연구과제로는 이해영 서울의대 교수의 '반지형 무커프 가정혈압 측정계를 기반으로 한 코호트 구축 연구'가 선정돼, 2025년부터 1년에 5000만원씩 5년간 연구비가 지급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새로운 개념의 고혈압 관리 모델로서 의미를 갖는다. 

김광일 총무이사는 "반지형 혈압계를 통해 가정혈압을 지속적 관리하는 형태는 임상진료에서 처음으로 적용하는 사례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진료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관심이 많다"라면서 "모니터링이 가능한 표준화된 가정혈압 도구가 없는 현실에서 고혈압학회 주도로 수집된 1차, 2차, 3차 의료기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고혈압 관리 모델로서 역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30주년 슬로건인 '함께 한 30년, 함께 할 100년'의 의미도 옮겼다.

신진호 이사장은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의 과학적 근거 확립, 대국민 홍보를 통한 고혈압 인지도 향상, 고혈압 관련 정책수립의 주도적 역할, 고혈압의 글로벌 리더의 미션을 충실하게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맡은 책무를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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