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의원 대표발의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 제출
"무분별한 대체조제,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
약사의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이 등장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약사의 편의와 효율성만 고려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산하단체 의견을 종합해 대체조제 활성화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앞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대체조제 후 의사가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약사가 대체조제를 한 후 꼭 처방 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사전 동의를 받지 못했을 때는 사후 고지를 해야 한다.
의협은 ▲환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의약품 처방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및 협소한 치료 지표를 가진 약물에 대한 불안전성 ▲약사의 무분별한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 우려 및 의약분업 위배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대체조제라는 단어를 '동일성분조제'라는 말로 바꾸는 것도 부적절하고 심평원에 통보하는 것도 안된다는 것.
같은 성분, 함량, 제형의 약이더라도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요소, 체질, 건강 상태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 빈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의협은 "개별 특성을 고려해 환자에게 최적의 약효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라며 "같은 성분이라도 제형이 다르면 환자 복약 순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한 같은 성분 약이라도 제조사와 제조 과정, 원료, 첨가물 등 차이 때문에 안전성, 부작용, 발암물질 포함 여부, 효능, 품질 등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라며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같은 문제가 더욱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생물학적 동등성은 오리지널약의 100% 효과를 기준으로 80~125% 범위에서 유사성을 인정하고 있어 실제 환자가 느끼는 약효가 다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웰부트린 같은 서방형 및 확장형 제형이 제네릭으로 대체돼 부작용 문제가 나타난 일도 있다.
의협은 "협소한 치료 지표(NTI)를 가진 약물은 약물 농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효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항경련제나 항부정맥제 같은 약물이 대체 처방이 활발해지면 환자는 의도하지 않은 약물 농도 변동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사르탄,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의약품에 불순물이 포함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라며 "같은 성분이라도 약효가 100% 같지 않은 약에 대해 의사 동의 없이 약사가 임의로 변경해 조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본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약화사고 발생 시 환자가 그 부담을 오롯이 지게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환자 편의성,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의약분업 재평가를 통한 국민선택분업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며 "환자가 약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