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화재보험, 의료기관에 소아 사경 도수치료 협조 요청 공문 발송
"의학적 타당성 및 효과 근거 부족…환자에 실손보험 안내 자제"
의료계 "민간 보험사가 행정조사권 있는 것처럼 움직여" 불편
특정 실손보험사가 소아를 대상으로 한 도수치료 심사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실손보험사의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아든 일선 의료기관은 "보험사가 조사권을 행사하려 한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H화재보험은 최근 소아재활 치료를 주로 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소아 사경 도수치료 환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비급여인 사경 도수치료를 과잉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으니 실손보험금 지급 안내를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사경에 대한 비급여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 탓을 의료기관에 돌렸다.
H화재보험은 "사경치료 목적의 스트레칭, 운동치료, 마사지 치료는 급여인 복합운동치료, 마사지 치료로 청구 가능하다"라며 "환자가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치료비를 보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의료기관 수익 증가를 위해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과잉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을 짚으면서 관련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H화재보험은 "사경 진단으로 도수치료를 한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도수치료의 적정성 및 효과성 평가 등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환자의 피해 방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실손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안내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H화재보험은 사경 급여기준도 함께 안내했다. 사경에 하는 물리치료는 급여수가인 복합운동치료, 마사지 치료로도 가능하다는 것. 나아가 사경에 실시하는 도수치료는 의학적 타당성 및 효과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H화재보험은 "사경의 여러 치료 방법 중 물리치료를 통한 도수신장법과 치료적 마사지가 임상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논쟁이 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H화재보험 관계자는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사경 도수치료 보험료 청구 상위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면담을 하고 관련 공문도 전달하고 있다"라며 "다다음주까지 방문 계획이 예정돼 있다. 사경 도수치료는 급여 항목이 있으니 비급여 보다는 급여 진료가 필요하다고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협조 요청 공문을 접한 의료계는 "공문을 보내는 보험사의 행태가 마치 조사권이 있는 수사당국인 것처럼 보인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민간보험사는 의료기관의 급여 청구 적정성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고, 혹여나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한다고 해도 의료기관이 굳이 응답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민간보험사는 행정조사권이 없는데도 의료기관에 관련 공문을 보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공문만으로도 진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의료기관은 보험사의 공문 요청에 일체 응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보험사가 항목만 달리해 빈번히 관련 공문을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차원에서 실손보험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처방된 행위의 진료기록은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