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는 질이 떨어져서 형사고소 800갠가요?

한국 의사는 질이 떨어져서 형사고소 800갠가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1.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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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관리 주체 어디? 복지부 "국가 관리가 적합"
vs "정부가 국가? 관료주의적 발상…선진국 사례 봐야"
'면허'는 정부, '등록'은 의협 관리 중재안도 제안

<span class='searchWord'>안덕선</span>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 ⓒ의협신문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 ⓒ의협신문

"한국 의사는 얼마나 질이 떨어지기에 형사 고소가 7∼800건이 넘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14일 국민의힘 서미화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의사 면허관리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연자로 참석해 우리나라의 의사 대상 형사고발이 세계에서 압도적이라고 짚었다. 자율적 의사면허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의사 면허를 형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의사면허기구 설립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 과제다. 자율규제가 잘 발달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기구 설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료계의 실익이 크다는 의견이다. 

사법부나 법조인의 의료 전문성 한계 극복, 자율규제확산을 통한 사회 투명도 제고, 과도한 형사법 개입 축소로 소신 진료 회복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부가 힘을 싣는 '필수의료 살리기'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현 제도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법 66조 자격정지 처분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현행 제도를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신뢰가 쌓이고, 면허기구 설립은 그 후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어떤 분에 대해 의협이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한다면, (정부가) 거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2019년 이후 자격정지처분 요구한 것이 단 한 건이다. 국민이 보기에 자율징계권을 확대하려고할 때 '감싸기' 등의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현 제도 먼저 활성화해 운영을 잘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행정처분 건수 대부분이 리베이트, 마약류 위반, 사무장병원 사례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생각보다 적다는 발언도 했다. 

오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법 체계 하에서, 검·경찰을 다 고려했을 때, 면허관리 전체를 의협 등 민간단체에서 다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만약 처분 후 사법적으로 다퉈 배상을 해줘야할 때, 수십억원의 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전반적인 논의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덕선 원장은 '국가의 관리가 곧 정부의 관리'라는 취지의 정부측 발언에 "국가와 정부를 동일시하는 사고는 위험하다. 관료주의적 시각"이라면서 "정부의 관리가 정말 최선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사들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기에 세계에서 형사 검거가 제일 많이 되나? 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윤리적 규제가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전공의·의대생들도 참석, 의사자율징계 강화 필요성에 목소리를 보탰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젊은의사정책자문단은 1호 정책제안으로, 전문가평가제 개선을 통한 자율징계 케이스 확보 및 신뢰 회복을 꼽기도 했다. 자문단은 사직전공의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장재영 젊은의사정책자문단 위원은 "초단위로 바뀌는 의료현실에서, 정부 주도 규제는 현실 적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전통적인 정부규제보다 자율규제가 환경 변화 적응성, 전문성, 효율성이 더 높다"고 제언했다.

제형준 젊은의사정책자문단 위원(의대생) 역시 플로어 발언을 통해 "징계 판단은 정부부처 의견을 참고하되 전문가가 중심이, 주체가 돼야 한다"면서 "보건복지부는 타 직역과의 형평성보다는 세계적인 추세와 전문가주의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면허'는 정부, '등록'은 의협 관리 중재안 눈길

의사면허가 아닌 '등록'제도를 도입, 협회 차원의 자율징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지정토론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행정부가 많은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의사면허에 대해 국가가 아닌 별도의 징계 기관이나 징계 절차를 두고 자율징계권을 상당히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의사단체에 부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며 중재안을 내놨다.

의사면허는 현행처럼 국가가 관리하되 의료업 등록 제도를 마련, 의사단체에 등록을 해야 의사가 자신의 면허로 의료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의견이다. 

의사단체는 의사 개인의 면허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에 관한 업무를 하면서 등록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갖게 된다. 위법행위를 했거나 의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회원에 대해 자율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해당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의료법을 개정해, 면허 취소를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중 제재로 의사를 옥죄는 수단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동필 변호사는 "면허취소 사유는 개정 이전 규정과 같이 의료법, 약사법,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등 진료와 직결된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처럼 제한적인 경우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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